주총서 '산업·물류용 등 로봇 제조 및 판매' 추가정몽혁 회장 평소 AI·로봇 등 첨단기술 관심 많아작년 계열분리후 사상 최대 실적… 투자 확대 이어갈 듯
  • ▲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현대코퍼레이션
    ▲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현대코퍼레이션
    현대코퍼레이션이 산업·물류용 로봇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지난해 호실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통해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8일 현대코퍼레이션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산업·물류용 등 로보틱스 제조, 판매 및 관련 부품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관련 사업 진출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로봇사업 진출은 산업·물류용 로봇사업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전 세계적 인건비 상승에 따라 비용 부담이 늘면서 각종 서비스 로봇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스에 따르면 2018년에 4조3562억 달러(한화 약 5734조원)규모였던 글로벌 물류 로봇 시장은 2019~2027년까지 연평균 19.1%의 성장률을 나타내 2027년에는 20조2293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로 하면 2경이 넘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실제 아마존을 비롯한 UPS, 페덱스, 알리바바와 같은 세계 유수의 물류업체들은 로봇 솔루션을 적용해 물류창고의 자동화를 추진 중이며 국내에서도 LG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로봇사업 진출을 공표한 상태다. 

    특히 현대코퍼레이션의 로봇사업 진출에는 정몽혁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그간 미래 비즈니스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 사내 강연을 틈틈이 진행해왔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분야는 단골 소재로 그의 관심이 각별히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해 창립 46주년 행사에서도 “앞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회사는 1등 기업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일류기업”이라면서 “H2(기존 무역과 연계된 신사업)와 H3(기존 무역과 관련 없는 신사업)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굴해야 하고 이런 미래사업을 위한 인재 육성에도 더 많은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신사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산업·물류용 로봇 직접 제조는 물론 강소기업의 관련 제품 판매, 지분투자, 인수 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이 탈(脫) 종합상사 행보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 2021년 현대종합상사에서 사명을 변경한 후 기존 종합상사 역할에서 벗어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왔다. 본업인 트레이딩만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투자전문 글로벌 종합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공표하고 ▲폐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리사이클 사업 및 관련사업 ▲신기술사업회사 및 벤처캐피탈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련사업 등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또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프롤로그벤처스를 설립에 참여하며 신사업 발굴 선봉장 역할을 맡겼다. 현재 자동차부품과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작년에는 대내외 경영환경과 그간의 노력에 힘입어 계열 분리 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조1269억원, 영업이익 66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90.6%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기간 순이익도 103.1% 증가한 7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독립한 직후인 2017년 매출액 4조3060억원, 영업이익 340억원과 비교하면 6년 만에 매출은 42.3% 늘었고, 영업이익은 약 2배나 늘었다. 

    시장에서는 현대코퍼레이션이 개선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로봇사업은 물론 여타 신사업 투자를 지속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자동차 부품업 진출을 위해 일본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다각화 성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또한 호주 현지 법인을 설립해 지게차 유통도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들이 오랜 업력으로 쌓아둔 수익기반이나, 영업 노하우가 있는 만큼 신사업 추진력도 강한 편”이라며 “현대코퍼레이션이 올해 투자뿐 아니라 안정적 재무상황을 기반으로 한 인수합병 등에 활발히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