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대상 사외이사 25명 중 18명 연임 사실상 확정신한 8명 최다… 하나 6명, KB 3명, 우리 1명 순의결권자문사 ISS,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반대'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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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70% 이상이 다시 추천돼 연임이 사실상 확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은행 돈잔치' 논란 이후 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음에도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오는 23일과 24일 정기 주총을 연다. 23일 신한, 24일 KB‧하나‧우리가 예정돼 있다.

    주총 안건 관련 공시를 보면 선임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 중 18명(72%)이 연임 대상이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주총 표결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어 이들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한지주는 교체 대상 사외이사 8명(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이 전원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고, 하나금융지주도 8명 중 6명(김홍진·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양동훈)이 재추천됐다. 

    KB금융은 6명 중 3명(권선주·오규택·김경중)이 유임됐고, 나머지 3명은 정관상 임기(5년)을 꽉 채우고 다른 인사들로 교체됐다. 이밖에 우리금융지주는 기존 정찬형 사외이사가 유임, 윤수영 전 키움자산운용 대표와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새로 사외이사진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렇듯 국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연임을 거듭하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발표한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에게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연임 후보들의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들이 라임·DLF 사태, 채용비리 등 각 금융지주의 대형 사고와 관련해 법적 리스크가 있는 임원들을 이사회에서 배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ISS는 신한금융 관련 보고서에서 "조용병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이사회가 첫 기소와 1심 유죄판결 당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보고서에선 함영주 회장의 DLF 사태 관련 법률 리스크를 언급했다. 함 회장은 DLF 불완전 판매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고 징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아울러 채용비리 사건에도 연루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ISS측은 "기존 사외이사들은 함 회장의 법률적 우려에도 불구, 함 회장이 계속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는 데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우리금융도 손태승 회장이 DLF·라임펀드 사태로 제재를 받은 사실이 문제로 지목됐다.

    ISS는 "정찬형 후보는 손 회장의 법적 우려를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시간이 있었지만, 이사회 구성원으로 있는 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내 주요 안건들에 대해 대부분 찬성하는 등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한 금융지주사가 최근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외이사 7명이 참석한 이사회는 모두 18차례 열렸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논의된 29건의 결의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사회 불참자를 제외하면 참석 사외이사의 지난해 1년 활동 내역은 '100% 찬성'으로 요약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하고, 개선책을 마련 중에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기능 제고'를 명시했으며,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1분기 중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