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주총 표결 안건만 34개에 달해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 표대결이 관전 포인트의결권자문기관 선택도 엇갈려… 글래스루이스-이사회 vs ISS-펀드
  • KT&G의 주주총회가 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주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회사 측과 펀드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앞다퉈 주주제안 의안을 상정하면서 저마다 주주의 표를 얻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상정된 KT&G의 주총 의안만 총 34개. 주주의 표심에 따라 주총의 향방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20일 KT&G 등에 따르면 오는 28일 예정된 정기주총에서는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주당 총 13개의 의안을 주주제안으로 상정했고 안다자산운용이 총 10개의 의안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여기에 KT&G 이사회가 상정한 8건의 의안 등을 더하면 총 표결이 필요한 주총 의안은 총 34개에 달한다. FCP제기한 자회사 한국인삼공사의 인적분리에 대한 의안상정 가처분은 기각됐지만 자기주식 취득의 의안은 가처분이 인용되며 안건에 올랐다. 

    첨예한 표대결이 예고된 의안도 적지 않다. 34개 안건 중 대부분의 의안에 KT&G와 펀드사의 안건이 대립 중이다. 

    단적으로 배당은 FCP와 안다자산운용이 보통주 1주당 각각 1만원, 7867원의 현금배당을 올렸고 KT&G 이사회는 주당 5000원의 안을 올렸다. 

    사외이사 선임도 주요 포인트다.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과 황우진 전 세라젬그룹 부회장의 사외아시 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을 안건으로 올렸다. 여기에 안다자산운용도 사외이사 8명으로 증원하는 안건과 함께 이수형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김도린 전 루이비통 임원,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후보로 올렸다. 이중 이수형 전 판사, 김도린 전 임원은 감사위원 위원 후보로도 올라갔다.

    KT&G는 여기에 맞서 기존 김명철, 고윤성 현 KT&G 사외이사의 재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을 안건으로 올린 상태다. 

    현재로서는 주주가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28일 KT&G 주총까지 얼마나 주주표심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변수다. 이를 위한 KT&G와 사모펀드의 표심 구하기 3파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KT&G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통해 “이사회의 자사주 정책 개선 의지를 믿고 자사주 소각·취득 관련 주주제안에 반대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현 이사회의 전문성을 유지·강화하고 효과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적임 후보들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펀드의 반격도 첨예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FCP는 오는 21일부터 온라인 주주설명회를 개최하고 주요 안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및 실시간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현 FCP 대표는 “국내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는 등 제반상황 준비 때문에 주주총회 소집 공고 후 긴 공백기간이 발생했다”며 “드디어 우리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글로벌 최대 의결권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펀드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중이다. ISS는 사외이사 정원 8명으로 확대 및 신규 선임, 사외이사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 선임, 주당 1만 원 현금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의 사모펀드 측 안건에 지지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KT&G는 ISS의 권고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담은 반박레터(Rebuttal Letter)를 보낼 예정이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미래성장 잠재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하고 단기적인 주주환원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주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는 사외이사 정원 6명 유지, 주당 5000원 현금배당의 KT&G 안건에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사모펀드 측 안건인 자사주 매입·소각에는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이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누가 보다 많은 주주의 표심을 얻을지에 대해서는 의견만 분분한 상황이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이 KT&G에 보유한 지분은 각각 1%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KT&G의 승리를 장담하긴 힘들다. 지배주주가 없는 KT&G 특성상 지분 65.3%를 보유한 소액주주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각각 7.55%, 6.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중소기업은행이 KT&G 이사회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지만 2대 주주(7.12%)인 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LLC가 어디에 표를 던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3% 룰의 적용을 받는 감사위원 선임은 펀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 

    이 경우 KT&G 이사회에 행동주의 펀드 측 인사의 유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독 올해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면서 판을 흔들고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몇 개의 의안을 통과시킬지, 이사회가 펀드 측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수성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