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전쟁터 된 수도권 보다 부산시를 우선 선택SSG닷컴, 오아시스, 컬리 등 부산에 물류센터 無부산에서 수도권으로… 테스트베드 된 부산권
  • ▲ 22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위치한 부산시청 영상회의실에서 롯데쇼핑과 부산시가 CFC 건설에 대한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상현 롯데쇼핑 총괄대표 부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영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롯데쇼핑
    ▲ 22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위치한 부산시청 영상회의실에서 롯데쇼핑과 부산시가 CFC 건설에 대한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상현 롯데쇼핑 총괄대표 부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영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롯데쇼핑
    “치열한 수도권 대신 부산을 택했다.”

    롯데쇼핑이 영국 오카도와 손 잡고 도입하는 첫번째 고객풀필먼트센터(CFC)로 부산을 낙점하면서 나온 유통업계의 평가다. 지금까지 온라인 글로서리(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는 수요가 많은 수도권부터 시작하는 공식이었지만 롯데쇼핑은 이와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여기에는 치열해지는 수도권의 경쟁에서 뛰어들기 보다는 대도시임에도 비교적 경쟁의 강도가 낮은 부산이 신규 서비스를 하는 것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첫 CFC를 건립하기로 하고 부산시와 상호협력을 골자로 한 투자협약(MOU)를 맺었다. 이번 CFC의 면적은 약 4만㎡로 일 3만건 이상의 배송을 처리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그동안 롯데쇼핑은 CFC 1호의 위치를 두고 수도권과 부산지역을 저울질 해 왔지만 최종적으로 부산이 낙점된 것이다. 올해 말 착공이 예정된 CFC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다면 부산 지역 뿐 아니라 창원, 김해 등 약 230만 세대에 서비스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쇼핑이 부산을 첫 CFC의 거점으로 확정한 것은 오카도의 성공적인 론칭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산시는 국내에서 서울 다음으로 인구를 많이 보유한 대도시지만 경쟁 강도는 배송의 전쟁터가 된 수도권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실제 신세계그룹의 자동화 물류센터인 ‘네오’는 세 곳 모두 용인시, 김포시에 위치해 수도권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새벽배송 사업자인 오아시스마켓은 현재까지 부산에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지난해 처음으로 부산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창원 물류센터 준공은 올해로 예정돼 있다.

    롯데쇼핑이 오카도의 첫 거점을 부산시로 낙점한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치 않다. 오카도는 기존 롯데마트-롯데온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롯데쇼핑의 글로서리 배송 서비스와 전혀 별개의 앱에서 주문과 배송이 이뤄진다. 상대적으로 신선식품 배송 경쟁이 덜 한 부산에서 서비스를 론칭, 테스트베드 삼아 서비스를 조정하리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수요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보다는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론칭 시키고 역으로 수도권으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수도권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쌓은 뒤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온 경쟁사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롯데마트-롯데온은 지난해 새벽배송을 철수하면서 출혈경쟁 보다는 수익 중심의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오카도의 배송서비스를 부산으로 선정한 것도 경쟁보다는 승리의 확신이 주효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총 6곳의 CFC가 설립되면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서비스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부산시와 협력이 원만히 이뤄졌고 수도권에 비해서는 물류센터를 활용한 배송이 미흡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부산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