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전쟁터 된 수도권 보다 부산시를 우선 선택SSG닷컴, 오아시스, 컬리 등 부산에 물류센터 無부산에서 수도권으로… 테스트베드 된 부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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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수도권 대신 부산을 택했다.”롯데쇼핑이 영국 오카도와 손 잡고 도입하는 첫번째 고객풀필먼트센터(CFC)로 부산을 낙점하면서 나온 유통업계의 평가다. 지금까지 온라인 글로서리(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는 수요가 많은 수도권부터 시작하는 공식이었지만 롯데쇼핑은 이와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여기에는 치열해지는 수도권의 경쟁에서 뛰어들기 보다는 대도시임에도 비교적 경쟁의 강도가 낮은 부산이 신규 서비스를 하는 것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첫 CFC를 건립하기로 하고 부산시와 상호협력을 골자로 한 투자협약(MOU)를 맺었다. 이번 CFC의 면적은 약 4만㎡로 일 3만건 이상의 배송을 처리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그동안 롯데쇼핑은 CFC 1호의 위치를 두고 수도권과 부산지역을 저울질 해 왔지만 최종적으로 부산이 낙점된 것이다. 올해 말 착공이 예정된 CFC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다면 부산 지역 뿐 아니라 창원, 김해 등 약 230만 세대에 서비스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롯데쇼핑이 부산을 첫 CFC의 거점으로 확정한 것은 오카도의 성공적인 론칭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산시는 국내에서 서울 다음으로 인구를 많이 보유한 대도시지만 경쟁 강도는 배송의 전쟁터가 된 수도권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실제 신세계그룹의 자동화 물류센터인 ‘네오’는 세 곳 모두 용인시, 김포시에 위치해 수도권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새벽배송 사업자인 오아시스마켓은 현재까지 부산에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지난해 처음으로 부산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창원 물류센터 준공은 올해로 예정돼 있다.롯데쇼핑이 오카도의 첫 거점을 부산시로 낙점한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치 않다. 오카도는 기존 롯데마트-롯데온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롯데쇼핑의 글로서리 배송 서비스와 전혀 별개의 앱에서 주문과 배송이 이뤄진다. 상대적으로 신선식품 배송 경쟁이 덜 한 부산에서 서비스를 론칭, 테스트베드 삼아 서비스를 조정하리라는 관측이다.업계 관계자는 “높은 수요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보다는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론칭 시키고 역으로 수도권으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수도권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쌓은 뒤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온 경쟁사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실제 롯데마트-롯데온은 지난해 새벽배송을 철수하면서 출혈경쟁 보다는 수익 중심의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오카도의 배송서비스를 부산으로 선정한 것도 경쟁보다는 승리의 확신이 주효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롯데쇼핑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총 6곳의 CFC가 설립되면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서비스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부산시와 협력이 원만히 이뤄졌고 수도권에 비해서는 물류센터를 활용한 배송이 미흡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부산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