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 생산 시설 확충 7조2천억 투자 나서IRA법 영향,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 수요 증가 대응"원통형 배터리 캐파 늘려 파나소닉과 격차 좁혀나갈 것"
  • ▲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전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전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최대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이 역대 최대 규모 대미 투자를 단행하는 등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면서,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일본 파나소닉과의 경쟁 구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또 다른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원통형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은 각각 연간 생산능력이 27기가와트시(GWh), 16GWh에 달한다. 기존 공장까지 더하면 2026년 연간 생산능력은 293GWh에 달하게 된다. 현재 ▲미시간주 단독 공장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 1~3공장 ▲혼다와 합작한 오하이오 공장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온타리오 공장을 갖추고 있다.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약 67% 성장해 그간 양대산맥을 이뤘던 유럽(45%)과 중국(25%)보다 전망이 밝다.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50%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더 가파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IRA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 조립된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2023년 50%, 2029년까지 100%) 들어가야 7500 달러의 보조금(세액공제)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투자는 일본 파나소닉의 독점체제를 깰 수 있는 기회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판매된 북미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의 점유율 중 파나소닉(48%)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18%)과 중국 CATL(14%)이 그 뒤를 이었다. 파나소닉의 높은 점유율은 최대 고객사이자 미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북미 판매율 급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테슬라 효과’다. 

    파나소닉은 지난 2015년 미국 네바다주에 테슬라와 함께 미국 최초로 대형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현재 연간 20억 개의 배터리 셀을 양산하고 있다. 현재 테슬라는 미국에서 파나소닉에서만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그러나 애리조나에 들어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새 공장에서는 2025년부터 연 27GWh 규모의 ‘2170’ 원통형 배터리가 생산된다. 테슬라를 포함해 루시드, 리비안 등 전기차 업체에 납품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기업들의 생산량이 많지 않아 이 공장의 대부분 생산 물량은 테슬라에 공급될 전망이다. 미국 내 테슬라 배터리를 파나소닉과 양분하게 되는 셈이다.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공장을 통해 미국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1위 파나소닉과의 격차를 계속해서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원통형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36조8000억원에서 2026년 70조2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다만 시장 판도 변화를 예단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2025년에 기가네바다에서 연 100GWh에 달하는 원통형 4680 배터리(지름 46㎜-높이 80㎜)를 생산을 앞두고 있고, 파나소닉의 생산능력도 50GWh 이상인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아직 테슬라나 파나소닉을 뛰어넘는다는 건 무리”라고 혹평했다. 

    다만 “7.2조 단독 투자에 이어 물량 대부분 테슬라에 공급되기에 단기적인 승부가 걸린 거라고 볼 수 있다”며 “답은 2025년쯤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