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2023회계연도 2Q '적자전환'"데이터센터 매출 바닥 찍고 반등" 예고삼성·SK도 상반기 최악 국면 지나… 서버용 반등 조짐"업황 바닥 찍었다" 평가에 美 반도체 주가 상승이어가
  •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네이버증권캡쳐
    ▲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네이버증권캡쳐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미국 마이크론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 하반기에는 반도체 불황이 끝이 날 것이란 기대감도 동시에 커져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도 올 1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지만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엔 다시 반등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업계 3위 마이크론은 2023 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에 순손실 23억 달러(약 3조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지난 2003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 손실 19억 4000만 달러(약 2조5000억원)를 넘어선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2분기에 14억 달러(약 1조 8000억원) 규모의 재고를 상각한 탓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인 36억 9000만 달러(약 4조 8000억원)로 줄어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은 메모리 업계의 상황을 단번에 보여줬다는 평가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비해 일찍 실적발표에 나서 최근 업황을 보여주는 탓에 이번에 마이크론이 기록한 최악의 실적이 삼성, SK에도 고스란히 이어질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실제로 국내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며 각각 최대 4조 원 안팎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사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올 1분기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4조 5000억원까지 손실을 봤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면서 최소 3조원에서 최대 4조 2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장 올해 첫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덴 이견이 없지만 동시에 예상보다 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적발표를 마친 마이크론은 물론이고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해 반도체 수요 회복세가 상반기까진 더디지만 하반기엔 충분히 분위기가 반전될 요소를 갖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마이크론은 지난 실적발표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은 지난 2분기에 바닥을 쳤고 3분기에는 늘어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재고도 올해 말 경에는 건전한 수준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도 전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데이터센터향 서버 D램을 중심으로 하반기부턴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정호 부회장은 주총 후 "공급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모리 투자 축소로 공급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여기에 고객들의 재고도 소진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도 서버용 HBM이나 DDR5와 같은 차세대 제품은 이미 수요가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황 악화에 대비해 메모리 감산을 추진했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도 기존 계획에서 추가적으로 감산을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앞으로 시장 전망이 추가로 감산을 할 정도에선 벗어났다고 보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이 감산을 택한 가운데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선언하며 불황 버티기에 돌입했다. 올 상반기까지 대규모 적자가 예고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자연 감산이나 기술적 감산 같은 일부 조정만 이뤄진다고 재차 강조했다. 메모리 시장 1등의 자신감으로도 풀이되지만 그만큼 업황 회복을 예상보다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생산 전략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이크론의 사상 최악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여준다.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실적발표 직후 전거래일보다 7.19% 급등했다. 여기에 이어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 주가도 8%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엔비디아가 2.17% 상승하고 반도체주를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27% 급등하며 주식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