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94억원 적자·순손실 361억원롯데쇼핑 수혈에도 수익 지표도 악화5년째 적자… 캐시카우 브랜드 부재 탓
  • 롯데그룹의 패션기업 롯데지에프알(GFR)이 지난해에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5년 연속 적자다. 주요 패션업계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31일 롯데지에프알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했다. 이 기간 1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22억원)보다 59% 늘어났다. 순손실만 361억원으로 전년(-170억원)보다 112.3% 증가했다.

    롯데지에프알의 실적은 패션업계가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것과 대조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국내 패션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 이상을 달성했다. F&F와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지난해 매출이 각각 1조8091억원, 1조553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한섬의 매출은 1조5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이들은 최대 실적의 배경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출이 늘며 패션부문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해외 수입 브랜드의 성장세도 실적 견인의 배경으로 꼽힌다.

    롯데지에프알은 지난 2018년 6월 출범했다. 그간 신세계그룹(신세계인터내셔날)와 현대백화점그룹(한섬)에 비해 패션 사업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롯데백화점이 글로벌패션(GF) 사업부를 분사해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엔씨에프(NCF)와 통합했다. 당초 매출 목표는 지난해까지 1조원이었다.

    하지만 롯데지에프알은 출범 이후 부침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8년 1442억원, 2019년 1518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더니 2020년 881억원, 2021년 878억원을 기록했다. 또 2018년 -104억원, 2019년 -101억원에서 2020년 –61억원, 2021년 -122억원으로 적자가 계속됐다.
  • 캐나다구스 매장
    ▲ 캐나다구스 매장
    롯데지에프알은 지난 2019년 12월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전 대표(현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문 대표)를 영입하며 사업 효율화에 집중했다. 헤르본·제라드다렐·아이그나 등 수익성이 부족한 10여 개를 접었다.

    대신 해외 브랜드를 적극 론칭했다. 캐나다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캐나다구스와 함께 스포츠 브랜드 카파와 캐주얼 의류 브랜드 까웨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패션에 이어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샬롯 틸버리를 론칭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지난해 롯데쇼핑을 통해 대규모 자금수혈도 받았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6월 롯데지에프알에 대한 총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시 패션업계에선 롯데지에프알이 새로운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반전에 쉽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 등 수익성 지표가 오히려 악화됐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134.99%에서 지난해 246.84%로 급증했다. 5년간 누적된 적자로 지난해 말 기준 쌓인 결손금은 691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롯데지에프알의 부진에 대해 장기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캐시카우 브랜드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캐나다구스·겐조·나이스클랍·까웨·카파(패션)·샬롯틸버릿(화장품)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지에프알은 카파와 까웨의 국내 생산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카파의 경우 100% 라이선스 브랜드로 기획됐고 까웨는 50%를 국내에서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두 브랜드 모두 국내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웬만한 브랜드 파워와 투자로도 시장 안착이 어렵다"면서 "롯데지에프알의 경우 신규 론칭한 브랜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 하는 데다 브랜드 수도 적다보니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