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이르면 7월부터 중고차사업 개시중고차 업계, 최근 성명서·1인시위 등 반발"기존 관행 개선해 소비자 신뢰 찾는게 급선무"
  • 현대차의 오토허브 입점에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회
    ▲ 현대차의 오토허브 입점에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회
    현대자동차, 기아 등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사는 최근 주주총회를 개최해 중고차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3일 주총에서 “중고차 사업으로 고객에게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경남 양산에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도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오토허브는 중고차 매매단지로 지난 2017년 9월 오픈 후 70개 업체가 입주해 영업 중이다. 

    현대차 측은 “아직 중고차 사업 개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고 하반기에 시행한다는 방침만 있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르면 7월부터 중고차 사업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기아 외에 KG모빌리티,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하면서 중고차 분야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 등 대기업의 중고차 분야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중고차 업계에서 견제를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오토허브 입점에 대해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 등은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지난해 2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반대하는 집회 모습.  ⓒ뉴데일리DB
    ▲ 지난해 2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반대하는 집회 모습. ⓒ뉴데일리DB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현대차가 기존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하는 건 ‘골목상권’ 침해”라면서 “30만 영세 소상공인 가족의 생존권을 빼앗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토허브 입주를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 사안에 대해 수년간 취재하면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중고차 업계의 항변은 설득력이 약해보인다. 

    이 문제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2019년 2월 기간이 만료되면서 중고차 업계가 재지정을 신청했고 2020년 10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여론은 중고차 업계의 편이 아니었다. 흔히 중고차 시장이라고 하면 ▲허위·미끼매물이나 ▲강매 ▲가격 후려치기 ▲불투명하고 혼탁한 시장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 

    실제로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2021년 20~60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존 중고차 시장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9.9%로 나타났다. 

    2021년 5월에는 중고차를 구입하러 매매단지를 찾은 60대 남성이 강매를 당한 후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기존 중고차 업계의 후진적인 관행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대기업에 시장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 서울 지역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뉴데일리DB
    ▲ 서울 지역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뉴데일리DB
    또한 정부에서도 대기업과 중고차 업계가 상생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해 4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권고안을 최종 확정했다. 

    권고안의 내용을 보면 중기부는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개시 시점을 올해 5월로 연기했다. 중고차 업계에서 대비할 수 있도록 1년간의 유예 기간을 준 셈이다. 또한 사업 시작 후 4개월 동안 5000대 범위 내에서 인증 중고차 시범 판매가 허용되며, 이후에도 2025년까지 판매대수 및 점유율이 제한된다. 

    현대차도 중기부의 권고안을 따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중고차 업계가 대기업을 견제할 게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대기업의 진출로 중고차 업계가 위기감을 느낄 수는 있다”면서도 “현대차가 아직 중고차를 판매하지 않았는데 지금부터 반발하는 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1인 시위를 할 게 아니라 소비자를 어떻게 설득하고 신뢰를 얻을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중고차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 등 대기업이 가세할 경우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존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