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기내 비상상황 등 훈련 진행법정 훈련시간 120시간보다 많은 130시간 훈련장거리 비행 위해 중고 신입 이직도 추진
  • ▲ 에어프레미아 비상 탈출 슬라이드 훈련. ⓒ도다솔 기자
    ▲ 에어프레미아 비상 탈출 슬라이드 훈련. ⓒ도다솔 기자
    “뛰어, 내려가, 양팔 앞으로!”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안양시 연성대학교 내 에어프레미아 승무원 훈련시설에는 비상탈출 슬라이드 훈련이 한창이었다.

    비상탈출은 항공기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비상 착륙했을 때 출입문을 열면 자동으로 펼쳐지는 미끄럼틀 구조로, 객실승무원들은 이곳에서 승객들의 비상탈출을 돕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실제 비상시 항공기 출입문 개방에 12초, 슬라이드 팽창에 15초가 소요되며 승무원들은 약 300명의 승객을 90초 안에 모두 탈출시켜야 한다.

    모의 훈련이었지만 랜턴을 들고 모형 기내 곳곳을 둘러보며 남은 승객을 찾는 이들의 눈에선 사명감이 듬뿍 묻어났다. 

    이준희(24) 훈련생은 “실제 교육을 받아보니 승무원은 내적으로 단단해야 하고 안전 요원으로서 숙지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며 “교육할수록 외모보다는 안전과 사명감이 제일 중요하고 느낀다. 승객들을 지킬 수 있는 승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 에어프레미아 신입 객실 승무원들이 기내 난동 진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도다솔 기자
    ▲ 에어프레미아 신입 객실 승무원들이 기내 난동 진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도다솔 기자
    에어프레미아는 자사 항공 기종인 보잉 787-9 맞춤형 실습 시설에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승무원 훈련을 진행해오고 있다. 연성대학교는 에어프레미아와의 산학협력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2020년 5월 보잉 787 훈련용 항공기 출입문(Door Trainer), 객실 모형(Mock-up), 비상탈출 슬라이드(Double Lane Escape Slide)를 설치했다.

    최근 공개채용에 합격한 70여명의 신입 객실 승무원들은 실무에 배치되기 전 이곳에서 약 6주간 안전훈련을 받는다. 

    기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화재, 감압, 불법방해행위, 비상탈출 등 훈련을 통해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내 보안 요원으로 거듭난다. 기내에서는 승무원이 사법경찰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매뉴얼에 기반한 정확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들은 안전훈련과 실습 비행 2회, 4주간의 서비스 교육까지 모두 마치면 에어프레미아의 정식 객실승무원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불법 방해 행위 대처 훈련에서는 난동 승객이 승무원을 위협하는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승무원에 대한 폭행이나 위협은 항공보안법 위반사항으로 엄격히 다뤄진다.

    훈련생들은 효율적인 제압을 위해 2인 1조로 난동 승객을 포승줄과 올가미형 포승줄로 단단히 포박했다. 동료 훈련생의 진지한 취객 연기에 웃음이 터질법한 상황이었지만 지켜보는 훈련생들은 포승줄 묶는 방법이나 다리로 제압하는 방법 등을 진지하고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기내 비상상황인 화재 진압과 감압(안전고도가 깨지는 현상) 상황에서도 승객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내방송과 승객을 살피는 훈련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감압협상으로 저산소증을 호소하는 승객에게는 재빨리 휴대용 산소용구를 제공하며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 ▲ 이준희(왼쪽부터) 에어프레미아 신입 객실 승무원 훈련생과 정혜림 훈련생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다솔 기자
    ▲ 이준희(왼쪽부터) 에어프레미아 신입 객실 승무원 훈련생과 정혜림 훈련생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다솔 기자
    훈련을 참관하면서 신생 항공사에 주어지는 선입견인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에어프레미아 교관과 훈련생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단호하고 엄격한 교관들은 작은 실수나 지연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었고 일부 훈련생들은 고된 훈련을 소화하느라 목소리가 쉬기도 했다.

    이날 훈련을 진행한 강진선(37) 에어프레미아 객실사무장은 “승무원은 탑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요원으로서 각종 법규와 규정을 상세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실제 훈련생들에게도 규정과 절차를 잘 알고 있어야 승객들과 승무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강 사무장은 “신입 승무원의 법정 훈련시간은 120시간 이상인데, 당사는 교육 기간을 좀 더 상향해서 130시간가량 할애하고 있다”며 “신생 항공사라는 점에서 혹시나 타 항공사 대비 안전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하곤 하는데, 회사는 승무원들에게 고강도 안전 훈련을 제공하며 안전 비행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있으니 믿고 이용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를 제외하고 장거리 노선을 뛰는 첫 항공사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말 국적기로는 31년 만에 LA 노선에 첫 취항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합리적인 가격과 넓은 좌석 간격 등으로 호평을 얻으며 지난해 12월에만 120편을 운항, 3만3401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평균 탑승률은 89%에 달한다. 

    타 저비용항공사(LCC)에서 4년간 근무하다가 장거리 비행에 갈증이 생겨 신입으로 지원했다는 정혜림(28) 훈련생은 “에어프레미아는 안전 교육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그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며 “앞으로도 교육 과정에서 배운 것들은 1년이 지나든 2년이 지나든 완벽하게 해내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