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도 빗장… '자원 민족주의 확산' 수요 2040년까지 40배 증가 전망 속 1년 새 가격 4배 폭등K-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장기 공급계약' 등 대응 마련 분주
  • ▲ 칠레 앨버말 소유 리튬 광산. ⓒ연합뉴스
    ▲ 칠레 앨버말 소유 리튬 광산. ⓒ연합뉴스
    리튬 최대 보유국 칠레가 리튬산업 국유화를 선언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수요 급증에 따라 이를 직접 통제해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셈법이다. 거세지는 자원 민족주의 속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20일 방송 연설을 통해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매장량 기준 세계 1위인 자국 리튬 산업을 국유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기존 개발 사업권은 인정하기로 했지만, 사업권이 만료되기 전이라도 국영 회사가 개발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세계 1-2위 리튬 업체인 앨버말과 SQM 등 칠레 기업이 별도로 만들어진 국영 기업에 리튬 사업 관할권을 넘기게 될 전망이다.

    흰색을 띠어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40년 리튬 수요는 2020년 대비 40배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격은 1년 새 4배가량 올랐다. 

    칠레에는 전 세계 리튬 중 53%가 묻혀있다. 매장량 930만t으로 세계 1위다. 시장점유율은 전 세계에서 35.8%다. 칠레의 리튬 생산량은 2022년 기준 3만9000t으로 호주에 이어 2위다.

    리튬 국유화는 핵심 보유국들 사이에서 이전부터 지속돼왔다. 볼리비아는 2008년 이미 리튬을 국유화했고, 아르헨티나도 올해 초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했다. 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지난 2월 리튬을 국유재산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처럼 ‘리튬 카르텔’을 만들어 리튬 가격-생산량을 조절하자는 논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리튬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칠레에 2억9000만 달러(약 3800억원)를 투자해 리튬 배터리용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2020년 호주 피드몬트리튬과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텍사스주에 리튬 정제 공장도 짓고 있다.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칠레의 대표 리튬 업체 SQM과 9년간 수산화-탄산리튬 5만5000t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도 2027년까지 칠레 기업 SQM으로부터 수산화리튬 총 5만70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나 칠레 등 자원보유국에서 산업 국유화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공급망 다변화, 장기 공급계약 등 여러 활로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칠레 국유화는 칠레 정쟁 상황상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칠레는 호주와 더불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의 리튬 주요 소싱 국가이기 때문에 만일 국유화가 진전된다는 전제 하에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