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영업익 전년비 '반토막'에 잠잠정유4사 글로벌 최고 규모 및 기술 경쟁력 갖춰휘발유 60% 이상 차지하는 '세금' 빼면 가장 싼 나라정부, 정치권, 정유업계 관련 '편향·왜곡' 시각 시정해야
  • ⓒ
    ▲ ⓒ
    횡재세, 도매가격 공개 등 논란이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정부와 국회 입장에선 지난해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로 호황을 누렸던 정유사들이 올해 들어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더 이상 팰 명분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정유업종만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차별적이며 포퓰리즘적인 행태라고 입을 모은다. 2020년 저유가, 코로나19 악재 등으로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었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 막상 지난해 큰 이익을 거두니 돌연 ‘적폐’로 몰고 간다.

    정부는 정유 4사(SK에너지-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과점 체제’를 문제 삼는다. 소수 기업이 시장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말은 그럴듯해 보인다. 다만 이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생각이다.

    우선 정유산업이 과점인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미국 오일앤가스저널데이터베이스(2022년)에 따르면 전세계(108개국) 국가별 정유사 수 및 정제시설 수 비교 시 국가별 정유사 수 중윗값 1개, 정제시설 수 중윗값 2개로 개별 국가 단위로 정유산업의 시장 구조는 과점이 보편적이다. 

    예컨대 국토 면적이 광대하고 수요가 많은 미국(44개 정유사)을 제외하고는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일본과 프랑스는 각각 5개, 3개 정유사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정유산업의 경쟁력은 정제능력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정제능력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정유사 3곳(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이 단일 정제공장별 정제능력 세계 상위 5위권에 포진해있다.

    사실상 내수용 덩치가 아니라 수출용 덩치로 키워 온 것이다. 기름 한방울 나오지 않는 국내에는 '안정적 석유제품 공급'을, 나머지 물량을 수출한다. 또 석유화학산업으로 영토를 넓혀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구조다.

    생산 규모와 기술 수준이 높으니 자연스레 가격경쟁력도 지니게 된다. 정유업계는 국제표준(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에 맞춰 공급가를 결정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가격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OECD 평균 대비 약 80% 수준이다. 

    국내 시장에 글로벌 오일 컴퍼니들이 단 한 곳도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국내 정유사 보다 싸게 제품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캐파(생산능력)가 크고 수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면서 “이에 따라 해외 정유사들은 가격경쟁력에 밀려 국내시장에 진입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높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생산량의 반 정도를 수출한다. 석유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하는 1분기 국가 주요품목 수출액 순위에서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3위다. 수출액은 118억4900만 달러, 우리 돈 약 15조원에 달한다. 

    즉 정유산업은 생산능력에 따라 자국 수요를 충족시키고 남는 물량은 수출하는 구조다. 궁극적으로는 소수만 살아남는 산업으로 균형이 이뤄지게 된다. 

    정유사들의 반경쟁적 행위에 기인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유산업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시정하고, 차별적인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 대중적 환심을 사기 위해 정유사를 이용하는 정략적 꼼수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