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둔화 속도 느려""美 금리 방향 살펴봐야"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관련해 "기준 금리를 절대 다시 못 올린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통위원 6인 모두 최종 금리 수준으로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춰 잡으며 긴축 종료 수순에 들어간 만큼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충분하다 시각도 뒤따른다. 

    이 총재는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2가지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중단할 지, 지속할 지 이것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 밝혔다. 

    이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이  확실하게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난달과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는 "연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은 지난달에 비해 더 커졌지만 연말 이후 2%대로 내릴지에 대한 확신은 오히려 줄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텐데 겁만 준다고 시장이 반응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우리는 옵션을 열어두고 물가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호주의 사례를 들어 기준금리 동결 이후 시장이 금리 인하를 전망했으나 지난달 인상한 점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를 3%p 이상 올린 상태에서 물가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 연준 관련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 (인하) 결정보다는 지켜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금리 격차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달라"면서 "경험적으로 이자율 격차가 커졌음에도 미 중앙은행이 금리 추가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시그널에 따라 몇 주간 환율이 내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낮춰 잡으며 반등 시점 역시 4분기로 전망해 연내 금리 인하로 정책을 전환하는 '피벗(Pivot)'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빠지는 데는 중국 경기 회복 지연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늦어지면서 더이상 대중 무역에서 '중국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업황 불황이 길어지면서 올 1분기 무역적자는 25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총재는 "경기가 하반기로 갈 수록 개선되는 상저하고 흐름은 유효하지만 회복 시점은 한 분기 정도 연기될 것"이라며 "IT 부진 요인을 제외하면 한국의 성장률은 1.8%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여전히 매파 기조를 유지하려는 한은 속내가 재확인된 금통위였다"면서 "근원물가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3.3%로 높이며 향후 물가 불확실성을 통화 긴축 유지 명분으로 활용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