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연속 금리 동결… 한미 금리차 1.75%p 유지연준 내 매파 목소리 여전… "올해 두 번 더 올려야"5월 FOMC 회의록 공개… 4분기 경기침체 시작 전망'상저하고' 반등에 악재… 한은, 올 성장률 1.4%로 내려
  •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연속 금리 동결을 선택하면서 한미 간 역전된 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p)를 유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일각에선 미 정책금리가 연내 5.75%(상단 기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설상가상 연준 경제전문가들은 올 4분기부터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될 거라는 의견이다. 하반기 경기반등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악재가 겹치는 셈이다.

    25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했다. 앞선 2월과 4월에 이은 3연속 동결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속 수출 부진 등 경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간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1.75%p를 유지하게 됐다. 미국 금리는 현재 상단 기준 5.25%다.

    그러나 다음 달 13~14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중앙은행인 연준이 다시 한번 '베이비스텝'(0.25%p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미 간 금리차는 역대 최대를 다시 경신해 2.0%p까지 벌어질 수 있다.

    24일(현지시각) 연준이 공개한 5월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앞으로의 기준금리 경로를 놓고 몇몇 참석자는 "경제가 현재 전망대로 전개된다면 이후로 추가 정책 강화는 필요치 않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10연속으로 오른 금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는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한 진전 속도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다"면서 "향후 회의에서 추가 정책 강화가 타당할 것 같다"고 반론을 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22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미국가스협회 포럼에 참석해 "올해 두 번의 추가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며 "차라리 일찍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금리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이 우려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이달 4일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과 시장 교란 행위, 쏠림 현상 등에 의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한다"면서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현 상황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상황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5월 FOMC 회의록에서 또 눈길을 끄는 대목은 참석자들이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한번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FOMC 3월 회의록에는 "올 후반 완만한 경기침체가 시작돼 2년에 걸쳐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참석자들의 전망이 담겼다. 당시 연준 경제전문가들은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은행부문의 유동성 위기가 몰고 올 잠재적 파장에 주목했다.

    5월 회의록에 따르면 이들은 금리인상의 정책 효과 시차와 은행 위기에 따른 경기 활동 둔화로 말미암아 경기침체가 올 4분기쯤 시작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 들어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1월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1.0%로 0.2%p 내렸다. 지난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경제수정전망에서 미국의 성장률을 1.0%에서 0.9%로 0.1%p 하향 조정한 상태다.

    미국의 후반기 경기침체 시작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는 악재다. 더욱이 우리 정부는 애초 올해 경기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보고 하반기 경기 반등을 노리고 있었다. 미 경제가 완만한 침체로 연착륙하더라도 글로벌 경제에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의 수출 회복을 통한 경기 반등 전략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상가상 이날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p 내려잡았다. 이는 최근 IMF가 제시한 전망치(1.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2.4%에서 2.3%로 0.1%p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