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일 만에 T-50 비행… 조종사 복장 입고 세일즈1분기 말 수주 잔고 25조537억원 ‘사상 최대’이집트·중동서도 ‘러브콜’… 340조 美시장 공략 박차
  • ▲ 시험비행조종사 복장을 착용한 강구영 KAI 사장.ⓒ연합뉴스
    ▲ 시험비행조종사 복장을 착용한 강구영 KAI 사장.ⓒ연합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연이어 경공격기 수출에 성공하며 세계 시장에서 K-방산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특히 강구영 KAI 사장은 조종사 출신이었던 점을 적극 활용, 수출 최전방에서 한국산 경공격기의 강점을 알리는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현재 이집트와 중동, 슬로바키아, 필리핀 등 10여 개국과 경공격기 수출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집트와는 FA-50 36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단계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 물량은 최대 1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동국가와는 국산 헬기 수리온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빠르면 연내 수출 여부가 확정 날 예정이다. 

    KAI는 지난해 폴란드에 FA-50 49대에 이어 올해 말레이시아에 FA-50 18대 수출을 성공시키며 K-방산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수출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주요 아세안 시장을 석권하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간 KAI의 T-50 계열 전투기(FA-50 등) 수출 계약 대수는 폴란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이라크 등 전 세계 140여 대가 넘는다. 동종기종 중 최대 규모로 경공격기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다. 성능은 물론 높은 가동률을 기반으로 한 신뢰성과 안정성, 운영 측면의 경제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조종사 출신인 강구영 사장은 세계 각국의 VIP들 직접 응대하는 등 수출 최전선에서 K-방산 신드롬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말레이시아 랑카위 리마(LIMA) 전시회에서도 파란색 시험 비행 조종사 복장을 입고 등장, 직접 FA-50을 몰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국산 경공격기의 장점을 알리기도 했다. 

    통상 회사의 사장이 직접 세일즈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강 사장은 직접 전투기를 몰아본 사람이 전투기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취임 3일 만에 직접 T-50 조종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강 사장의 노력에 힘입어 KAI가 올해 1분기 달성한 신규 수주 금액은 1조3775억원에 이른다. 1분기 말 수주잔고는 25조537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1.9% 증가한 수치다. 

    기세를 몰아 KAI는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시장 진출에 내부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 미국은 2024∼2025년 공군 전술훈련기 280대,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220대 등 총 500여대 규모의 경공격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수출이 성사되는 경우 수출 규모만 54조원에 이르고 산업파급 효과는 1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가 시장 1300대 까지 확대하면 최대 34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KAI측 설명이다.

    KAI는 이미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꾸려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경쟁자는 보잉-사브 컨소시엄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단시일 내에 우수한 조종사를 양성해 낼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훈련기·전투기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과 함께 한국산 전투기의 우수한 성능, 군의 운용 경험과 노하우, 고장 시 발 빠른 수리·보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수주건의 결과는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KAI는 협력사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수출 경쟁력을 지속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레이시온사, 비에이이시스템즈 등 주요 협력사와의 상호 교류 및 협력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대량 생산 중인 T-50과 수리온, 수년 내 양산에 돌입할 KF-21과 LAH 소요 자재 및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민·관·군 협력 체제도 더욱 강화한다. 이번 말레이시아 수출 성과는 방산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정부의 기조 아래 민·관·군이 함께 힘을 보탠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1월 한-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에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으며 공군은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실사단 방한 당시 비행 훈련과 정비체계 운용 현황을 공유하고 평가 비행을 지원했다. 방위사업청도 국내외 방산 전시회를 통해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직접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사업 진출은 K-방산, 나아가 한국 항공우주산업이 대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정부와 군이 방산수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KAI의 경공격기 수출에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