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대표 취임… 글로벌 투자 전문가 평가M&A 등 투자 2건 불과… 야놀자와 기업가치 10배 차이시장 경쟁 심화·감염병 우려… “신사업 발굴 나서야”
  • ▲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여기어때
    ▲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여기어때
    여기어때가 정명훈 체제 2년을 맞이했지만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신사업 발굴에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 업계에서는 여기어때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대외 환경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수익원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는 지난달에 취임 2년 차를 맞이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2021년 5월 7일 여기어때의 새 수장으로 낙점된 바 있다. 그는 2019년 여기어때컴퍼니가 영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CVC캐피탈에 인수될 당시 한국사무소 대표로 있으면서 해당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 대표 취임으로 여기어때의 외형 확대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투자전문가인만큼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었다. 

    정명훈 대표는 서울대(기계공학과)와 존스홉킨스대(국제경제학 석사), 인시아드 MBA를 졸업한 후 크레디트스위스와 스탠다드차타드, 칼라일 그룹에서 투자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여기어때의 투자는 단 2건에 그쳤다. 2020년 8월 맛집 추천 플랫폼 망고플레이트 지분 100%를 인수한 것과 2021년 10월 온라인 기반 해외여행 전문기업 온라인투어 지분 20% 가량을 사들인 것이 전부다. 

    2021년 인터파크 인수에도 뛰어들었지만 야놀자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여기어때가 사들인 기업들은 모두 기존의 숙박·여행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수준에 불과할 뿐 다각화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코로나 기간임을 감안해도 업계 1위인 야놀자와 극명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야놀자는 코로나 기간에도 공격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며 여기어때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2021년 ▲산하정보기술 ▲데이블 ▲나우버스킹에 이어 2022년에는 ▲도도포인트 ▲인터파크 ▲트리플을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기업 ‘인소프트’와 글로벌 톱티어 B2B 솔루션 기업 ‘고 글로벌 트래블’을 인수했다. 지분 투자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야놀자의 투자 대상은 더욱 늘어난다. 

    특히 2021년부터는 플랫폼 사업을 넘어 클라우드를 키우며 기업가치 제고와 리스크 관리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데 성공했다. 야놀자는 2017년부터 호텔 자산 관리시스템(PMS) 사업에 뛰어들었다. PMS는 숙박예약을 비롯해 식당예약과 음식 주문 등 호텔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디지털화해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야놀자의 주력인 숙박 플랫폼으로서의 노하우를 살림과 동시에 코로나 등에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는 사업을 통해 위험을 분산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야놀자의 외형은 코로나 기간에도 꾸준히 확대됐다. 2020년 288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1년 3748억원, 지난해 6045억원으로 3년 새 109.3% 늘었다. 그 결과 2021년에는 기업가치 10조원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2016년 4000억원에 불과했던 야놀자의 기업가치가 5년 만에 25배나 뛴 것. 지난해 여기어때의 기업가치 금액 1조2000억원을 10배 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여기어때의 신규 사업 투자에 소극적인 배경으로 사모펀드의 운영을 들고 있다. 경영 전반에 대한 결정에 CVC캐피탈 영국 본사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빠른 결정이나 과감한 의사 결정에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모펀드의 최종 목적이 수익을 내는 것인 만큼 지속가능한 경영보다 단기적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여기어때는 CVC캐피탈 인수 이후 신사업보다는 내실 안정화에 집중,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는 등 현금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 102억원에 불과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에는 234억원까지 확대되며 4년 간 2.3배 가량 늘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체들은 물론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사업자들도 여행·숙박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코로나와 같은 전 세계적 전염병이 또 다시 발발하는 경우 숙박과 여가에 편중된 사업은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신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명훈 대표가 여기어때를 이끈지 2년이나 지났지만 M&A통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데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시장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데다 감염병 변수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기어때 관계자는 “4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지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본업에 집중하는 한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인수합병 등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