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2%대 물가 가능성↑…한은, 물가 목표 달성 기대↑역대 최대 한미 금리차에도 3연속 기준금리 동결1분기 실질GDP 0.3%↑… 소비 주도로 플러스 전환이달 중순 美연준 추가 긴축·4%대 근원물가 변수
  • 부산항 일대 ⓒ연합뉴스
    ▲ 부산항 일대 ⓒ연합뉴스
    고공행진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으로 3%대를 기록했다. 물가 하향 안정화 기조 속에 한국은행마저 3연속 금리 동결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가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기 대비 3.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4월 상승률 3.7%보다 0.4%포인트(p) 내린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5.2%, 2월 4.8%, 3월 4.2%, 4월 3.7% 등으로 상승 폭이 둔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화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3%대 물가상승률을 보이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관리목표치로 잡았던 물가상승률 2%대에 예상보다 빨리 근접하게 된다면 기준금리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은이 한미 간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음에도 3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는 정책 기조를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선회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물가는 한은의 목표대로 하향하고 있는 데다, 소비자의 앞으로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월 3.7%에서 5월 3.5%로 둔화하고 있다.
  • 반면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은 저성장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하향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8%에서 1.5%로 내렸고, 한은도 최근 1.6%에서 1.4%로 낮춰잡았다. 기획재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하며 기존 전망치인 1.6%를 내려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의 기초체력인 경상수지는 올해 1분기 44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자본거래를 제외한 국가 간 상품·서비스의 거래 등을 나타낸 것으로, 경제발전 또는 정책변화 효과를 측정하는 데 널리 이용되는 지표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예상보다 미비한 데다, 반도체 수출부진으로 5월 수출액도 전년동기 대비 15.2% 감소하는 등 8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세수펑크도 가시화하고 있다. 올해 1~4월 세수는 전년동기 대비 33조9000억 원이 부족하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0.3%로 집계되면서 저성장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비록 지난해 4분기(-0.4%)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설비투자 부문에서 5%나 감소하고 민간소비에서만 0.6% 증가하는 등 성장 가능성의 한계를 드러냈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 기여도는 0.3%포인트(p)로 분석됐으며, 수출에서 수입을 제한 순수출 성장률은 0.2%p 끌어내렸다. 정부로선 민간소비를 제외한, 수출 부문에서의 반등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은은 "과거 고성장하던 시기랑 다르게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고, 잠재성장률도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1분기에 0%대가 나오게 됐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정책방향을 경기부양으로 '턴'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셈이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4월 4.6%, 5월 4.3%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4%대에 머물며 전체 물가지수를 웃돌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13~14일(현지시각) 6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5~5.25%인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미 연준이 고용시장 지표를 감안해 6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한은으로서는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이 약해지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배경 중 하나다. 상저하고 경기 흐름을 전망한 기재부가 경기부양 카드를 일찍 빼들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