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올해 20여개 기업 상장 목표…하반기 대형 딜 기대스팩 시장 활성화 필요…대형 스팩 트랙레코드 필요기업과 장기간 호흡 중요…"토탈 IB 솔루션 제공"
  • ▲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 ⓒ서성진 기자
    ▲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 ⓒ서성진 기자
    KB증권은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흥 강자로 꼽힌다. 작년 단군 이래 최대 청약공모주로 기록됐던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키며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이 구축했던 이른바 '빅3' 구도에 균열을 일으킨 이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는 올해 초 유승창 본부장을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장으로 선임한 뒤, 4부까지 있던 ECM본부를 3부로 압축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IPO 역량을 집중·강화해 지난해 역사적인 성과를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 "좋은 기업 얼마든지 흥행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유승창 본부장은 뉴데일리경제와의 인터뷰에서 KB증권 애널리스트 및 리서치센터장으로서 10년 넘게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기업들을 선별, 상장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ECM본부를 3부로 압축했지만, 하는 일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라며 "1부는 소부장, 2부는 바이오 및 2차전지, 3부는 플랫폼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담당하는 등 그룹 계열 및 업종별로 나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IPO 시장 분위기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업종과 각 기업에 따라 얼마든지 흥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유 본부장은 "주식시장이 아주 극단적으로 좋지 않은 이상, 회사의 펀더멘탈이나 가격, 투자 메리트 등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라며 "올해는 중소형주가 좋다는 말이 있지만, 적정한 가격이 나온다면 업종과 사이즈 상관없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준금리가 더 이상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시장이 적응을 하는 상황으로, 마켓 리스크는 낮아졌다"라며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발행회사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았던 경향이 있었지만, 현재는 적절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판단했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IPO 주관을 단 한 건도 치르지 못했다. 그러나 그동안 새로운 우량 IPO 딜을 다수 수임하는 데 성공, 올해 약 스무 개 기업을 상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유 본부장은 "최근 2~3년 동안 빅딜 위주로 파이프라인을 가져가다 보니 중소형 파이프라인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 같다"라며 "향후 스팩을 포함해 다양한 규모의 딜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은 특히 국내 스팩 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대형 스팩주에 대한 트랙레코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중소형사 중 스팩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이 많지만, 최근 국내 스팩 시장은 100억~200억원 수준으로 고정돼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유 본부장은 "공모 규모를 줄인 소규모 스팩 상장 수가 늘고 있다"라며 "최근 몇 년간 대형 스팩주를 육성해보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가시화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대형 스팩이 합병을 하는 트렉래코드가 적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하나증권의 대형 스팩 합병 청구서를 제출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이즈별로 활성화돼 안정성 있는 기업이 이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 ⓒ서성진 기자
    ▲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 ⓒ서성진 기자
    ◆ "비상장 기업, 이익보단 매출 성장 중요"

    유 본부장은 기업의 상장을 주관할 때, 또 기업에 대한 가치 산정을 할 때 해당 기업이 속한 업종의 성장성보단 TAM(Total Addressable Market), 즉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획득할 수 있는 이익 규모를 파악하는 데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업종의 흥행 여부에 상관없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잠재성을 파악하려고 한다"라며 "그다음에 회사가 가진 기술‧역량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트랙레코드와 레퍼런스를 가졌는지 등을 분석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탑라인 그로스, 즉 매출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출의 성장이 있어야 그다음에 이익 관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 본부장은 "비상장 기업의 경우 이익은 줄어도 되지만, 매출이 줄고 있는 회사는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특히 3년 연속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주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통제 및 내부 프로세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직원들에게 실사를 나갈 때 해당 부문을 잘 살피라고 당부한다"라고 설명했다. 

    KB증권 ECM본부의 경우 1~2년, 혹은 그 이상 기업들과 호흡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동반자로서 기업의 IPO와 그 이후의 여러 재무 활동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유 본부장은 "토탈 IB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장점"이라며 "다른 하우스가 잘 시도하지 않는 업종 및 기업의 상장을 도전하는 것도 우리만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리서치센터에서 하던 일과 현재 ECM본부에서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을 고르는 원칙은 똑같다는 이유에서다. 

    유 본부장은 "비상장 기업이 상장한다는 것은 평생에 있어 딱 한 번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외부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해당 기업은 IPO를 통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자산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의 평가를 통과하려면 내부통제, 시스템, 준법, 회계 투명성 등 모든 것들을 검증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사명감을 가지고 비상장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서포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리그테이블 1등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하반기 대형주를 포함해 수임한 딜들이 잘 끝나 외부로부터 저력있다는 평가를 받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