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엑시노스 오토' 공급 계약… 핵심 고객사 확보기존 차량 반도체 대비 수익성 높은 인포테인먼트용 칩 시장 성장성 높아전장사업 열 올리는 LG도 차량용 반도체 확보 필수… R&D 협력 관계 구축 속도
  • ▲ 엑시노스 오토 V920. ⓒ삼성전자
    ▲ 엑시노스 오토 V920.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보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현대자동차라는 든든한 고객사를 맞이했고 LG전자도 전장사업에 필수인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파트너십 구축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현대자동차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해 오는 2025년 현대차에 자사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V920'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IVI는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운행 정보를 제공하거나 동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누릴 수 있게 하는 핵심이 되는 차량용 반도체다.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수요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앞서서도 삼성전자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등은 공급받아왔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장기간 이어온 공급처 제품만 사용했다. 인텔이나 엔비디아, 텔레칩스, NXP 같은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들의 제품만 탑재했다. 그러다 이번에 IVI를 계기로 삼성도 현대차에 핵심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삼성은 그간 뚜렷한 협력관계를 맺지 못했던 현대차를 고객사로 맞이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든든한 우군을 두게 됐다는 평가다. 차량용 반도체는 그동안 삼성이 주력으로 삼았던 분야가 아니었지만 최근 시스템반도체를 집중 육성하면서 중요성이 높아졌고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도 보폭을 넓히고 있는 추세다.

    전기차 산업과 자율주행 기술 발전으로 차량용 반도체는 기존 차량 대비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으로 수요가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차량 반도체 시장 규모는 680억 달러였는데 오는 2029년에는 143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차량에 평균 200~300개 가량의 반도체가 탑재됐다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는 적어도 1000~2000개 수준의 반도체가 필수다.

    그 중에서도 삼성이 공을 들이고 있는 '엑시노스 오토'처럼 IVI 반도체는 7나노(nm) 이하 첨단 반도체에 해당돼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던 대표적인 이유가 차량용 반도체가 상대적으로 저부가 제품이기 때문인데 IVI용 반도체나 자율주행에 활용되는 네트워킹 반도체 등은 고부가 첨단 반도체라는 점에서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충분하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선 후발주자인 삼성이 이번에 현대차라는 핵심 고객사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완성차 고객군을 확대하는데 물꼬를 틀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이미 지난 2019년 독일 아우디에, 2021년에는 폭스바겐에 엑시노스 오토를 공급한 경험이 있는 삼성은 현대차와의 협력을 계기로 엑시노스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다시 한번 인정을 받고 다른 완성차 고객사 발굴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함께 차량용 전장사업 육성에 총력을 쏟고 있는 LG도 전장에 필수인 차량용 반도체 기술을 내재화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LG는 삼성과 달리 반도체 사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자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되는 반도체를 자체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삼성이나 TSMC 등 파운드리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다.

    LG는 내부적으로 부족한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사와 손을 잡는 등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캐나다AI칩 개발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와 협력을 발표했는데 스타트업이지만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분야에서 전설로 통하는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텐스토렌트와 LG전자는 스마트TV용 AI칩이나 가전용 칩 개발은 물론이고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협력해 미래 LG제품에 탑재되는 시스템온칩(SoC) 경쟁력 전반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SIC센터를 두고 첨단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엔 독일 시험인증전문기관 TUV라인란드로부터 전장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기능안전 인증도 받으며 자체적으로 전장용 반도체를 설계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LG가 본격적으로 미래 반도체 분야 대비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