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이체·카드실적 우대금리 조건 까다로워계좌당 200만원 은행 손실… 금리인하시 더 큰 손실6.5% 최고 금리 총대 멘 기업은행… 감당할 수 있나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청년도약계좌'가 오는 15일 출시를 앞둔 가운데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층 목돈 마련' 취지에서 도입한 정책형 금융상품이다. 5년간 매달 70만원 한도로 적금하면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 등을 더해 '최대 5000만원' 가량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입 자격은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이면서 동시에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인 19∼34세 청년이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의 취지대로 '5년간 5000만원'의 목돈을 모으려면 금리 6%대를 유지해야 하는데 각 은행이 제시한 카드 사용실적 등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워 6%대 금리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11개 은행 청년도약계좌 금리 8일 공시… 기본 고정금리 3.5~4.5% 책정

    지난 8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포함한 11개의 은행은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청년도약계좌 금리를 공시했다. 다만 금리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닌 상황에 출시 전까지 조정 가능성이 남아있다.

    예고 공시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취급 은행들의 기본금리(3년 고정)는 3.5∼4.5%였고, 소득 조건(총급여 2400만원 이하·종합소득 1600만원 이하·사업소득 1600만원 이하)에 따른 우대금리는 0.5%로 은행 간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사실상 가입자는 어느 은행에서나 기본적으로 4.00∼5.00%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 6% 금리를 받을 수 있는지는 결국 각 은행이 자체 조건을 달아 제시한 우대금리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5대 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은행은 우대금리를 최고 2.00%로 책정했다. 우대금리를 다 받을 경우 5대 은행의 최고 금리는 6.00%(3.50+0.50+2.00%)로 모두 같았다.
  • ▲ ⓒ은행연합회 제공
    ▲ ⓒ은행연합회 제공
    ◇ 5대 은행, 급여이체·카드실적 등 조건 적용… 최대 2%p 우대금리

    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청년도약계좌 우대금리 상세 조건의 경우 △급여이체 통장 사용 △카드 결제 실적 △마케팅정보 제공 동의 △만기까지 가입 유지 등의 조건을 적용해 항목별로 0.10∼1.00%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포함했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당행 예·적금 가입 이력이 없는 가입자에게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청년도약계좌 가입 직전 1년간 신한은행 정기예금·정기적금·주택청약이 없는 가입자에 연 0.8%p를 얹어 준다.

    반면 KB국민은행의 경우 앞서 KB청년희망적금을 들고 만기 해지한 기존 고객에게 0.2%p의 '거래 감사' 우대금리를 책정했다.

    카드 사용 실적에 따른 우대금리도 적용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청년도약계좌 가입 후 월 30만원 이상, 36회 이상(만기 전전월말 기준) 하나카드(신용·체크카드) 결제(하나은행 입출금 통장 사용) 실적이 있으면 연 0.6%p의 우대금리를 준다. 하나카드로 3년간 최소 1080만원(30만원×36)을 써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은행도 월 30만원 이상, 청년도약계좌 가입 기간의 2분의 1 이상 우리카드 결제(우리은행 입출금 통장 사용) 실적을 보유한 가입자에게 연 1.00%p의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NH농협은행도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한 달부터 만기 전전월까지 카드 실적이 월평균 20만원 이상이면 금리를 연 0.50%p 높여준다. 신한은행의 경우 0.50%p의 우대금리애 '신한카드 결제 실적 30개월 이상' 조건을 붙였지만, 최소 결제액은 설정하지 않았다.

    ◇ 은행권 "청년도약계좌 팔수록 손해"… 6.5% 금리 기업은행 '쏠림 현상' 우려도

    은행들이 청년도약계좌의 우대 조건을 공시했지만 현재 대표 예·적금 금리가 3∼4%에 불과한 상황에서 상당수 가입자가 5%대 고정금리(3년간)를 받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시장금리까지 떨어지면 가입자 규모에 따라 각 은행이 수천억 원씩, 은행권 전체로는 수조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가 최소한의 조건조차 걸지 않고 모든 가입자에게 6% 금리를 보장하라는 요구 자체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대체로 3%대 후반∼4%대 초반, 예·적금 금리는 3∼4% 수준이다"며 "하지만 8일 예고된 청년도약계좌 금리는 5.5∼6.5%로 대출금리보다 높아 역마진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고점에 이르러 곧 금리 하락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청년도약계좌는 3년간 고정금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향후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다"며 "내부 추정 결과 손실액은 청년도약계좌 취급 규모와 금리 인하 시점 등에 따라 은행별로 많게는 수 천 억원, 전체 은행권으로는 수 조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청년도약계좌의 금리가 6∼6.5%로 5년여간 계속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한 계좌당 최대 200여만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추산됐다"며 "3년간 고정금리라서 시중은행들이 금리변동 리스크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고 주장했다.

    한편 6%가 훌쩍 넘는 금리를 내놓은 기업은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의 청년도약계좌 최고 금리는 기본금리와 소득·은행별 우대금리를 더해 6.50%(4.50+0.50+1.50)에 이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입자가 한 은행으로 쏠리면 관련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위험이 있다"며 "기업은행의 경우 정책은행이라 총대를 멘 것 같은데, 만약 예상대로 금리 높은 기업은행에 몰릴 경우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정부는 대책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