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엑시올 인수 실패 내몰았던 막무가내식 수사 '눈살'특검, 이재용 부회장 영장 청구 소식에 '하만' 소액주주 반대 움직임
  • ▲ 박영수 특별검사(변호사).ⓒ연합뉴스
    ▲ 박영수 특별검사(변호사).ⓒ연합뉴스


    박영수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특별검사팀이 삼성전자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기업 흔들기에 본격 나섰다. 

    16일 재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특검에 대해 수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흔들면서 기업의 중요한 미래 전략을 방해하고 있는 특검의 모습은 정치 논쟁에 재계 인사를 끌어들여 경영 활동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CJ 이재현 회장 등 K스포츠나 미르재단에 출연한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조사가 결국 재계 특검으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공격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자동차 전장 전문 기업인 하만(Harman)을 9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인수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특검의 칼날이 이재용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퍼지자, 하만의 소액주주들이 합병 반대에 나서는 등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으로 날아가 주주들을 설득하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해야 할 이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다급하게 돌아가는 삼성전자의 운명이 정치논리에 함몰됐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완료하고 주력 제품인 반도체를 활용해 자동차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portfolio)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 일본과 독일 기업들과의 한판 승부를 위해 하만과 손잡는다는 삼성의 미래 전략이 국내 정치 논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따져보면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는 어떠한 금전적 거래가 없었다. 대한승마협회와 재단에 후원금을 제공한 것이 전부다.

    특검은 후원 혜택을 받은 승마 국가대표 정유라가 박 대통령의 지인인 최순실의 딸이라는 이유로 뇌물이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통해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의 주장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합병이 성사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두고 끼워맞추기식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는 지난해 롯데그룹이 법조계의 공격을 받으면 상당한 경영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떠들석했던 롯데그룹의 비자금 수사 역시 대표적인 기업 흔들기로 평가 받고 있다.

    비자금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지고 진행한 수사는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롯데그룹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검찰의 혐의를 받은 피의자는 모두 아무런 죄 없이 구속됐다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미국의 석유화학사 엑시올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접었다. 검찰의 공격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 때문에 인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롯데케미칼 엑시올 인수 실패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실패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재계의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매순간 결정하고 진행해야 하는 경영인을 구속시키고 출국금지 시키는 막무가내식 수사관행이 만든 비극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번 특검을 책임지고 있는 박영수 변호사의 이력을 보면 삼성전자 흔들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권에서 검사로 요직을 맡았던 박 변호사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등을 수사해 오면서 반기업적 인물로 재계에 이름을 알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되던 2009년에는 검사 옷을 벗어 던지고 변호사로 변신해 측근들의 비리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변호했으며, 이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공격을 가하는 등 야당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견고히 유지해 온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의 추천으로 특별검사 신분이 된 박 변호사가 휘두르는 수사권이 기업 흔들기와 박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야당의 목표 달성에 앞장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