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빈병 보중금 인상… 소주 100원, 맥주 130원별도 세금 붙거나 제조원가 영향 없음에도 술값은 인상환경부 "자제 공문 보내고 간담회 열어 설명… 단속하고 점검할 것"
  • 소주병과 맥주병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빈용기 보증금이 올해 각각 60원, 80원씩 인상된 가운데 술값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공병의 소비자 반환율을 높여 재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1994년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빈병 보증금을 올렸지만. 본의 아니게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히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소주·맥주병 보증금을 기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했다. 빈용기 보증금은 말 그대로 빈 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반환해주는 제도로, 별도의 세금이 붙거나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기 때문에 가격 인상 요인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편의점과 일부 식당들이 이를 빌미 삼아 병 당 최대 1000원까지 인상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빈병 보증금이 오른 만큼 기존 가격에서 60원, 80원씩 인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제는 보증금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는 꼼수 업체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A마트에서 1000원에 판매하는 소주의 경우 과거에는 빈병 보증금이 40원이었기 때문에 A마트는 960원에 제품을 판매한 셈이 된다. 올해부터 빈병 보증금이 100원이 되면서 소매가를 1060원으로 올려도 결국 A마트의 판매 가격은 960원으로 전과 동일하다.

    그러나 읾부 식당에서 빈병 보증금 인상을 이유로 한 병에 3000원씩 팔던 소주를 4000원으로 인상할 경우 이 식당은 어떠한 노력도 없이 1000원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빈병 보증금도 대부분 식당이 챙기기 때문.

    관계자는 "식당이나 술집에서 소주, 맥주를 마시고 보증금 때문에 빈병을 챙겨서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빈병 보증금이 올라도 결국 식당은 빈병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100% 되돌려 받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요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경기도 어렵고 계란, 채소, 고기 등 식자재 가격이 다 올랐지만 이를 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면서 "빈병 보증금도 오르고 지난해 연말에 맥주 가격도 인상되면서 이번 기회에 술 가격을 올려 어느 정도 식자재 부담을 보충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상된 술값이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몫으로 남겨졌다는 것이다.

    정부의 빈병 보증금 인상을 앞두고 지난해 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 가격을 약 6%씩 인상했다. 빈병 보증금이 인상된 후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도 소주와 맥주 가격을 올렸다. 대형마트는 빈병 보증금이 인상된 만큼만 가격을 인상했지만 편의점은 모두 100원씩 올려 인상 폭이 보증금 상승분보다 컸다.

    일부 식당과 술집에서는 병 당 가격을 최대 1000원 가량 인상했다.

  • 관련사진. ⓒ뉴데일리경제DB
    ▲ 관련사진. ⓒ뉴데일리경제DB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빈병 보상금 인상을 빌미로 가격을 올리는 업체와 식당들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대형마트와 편의점, 도·소매 업체 등에 이를 자제하는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간담회를 열어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며 "외식업중앙회와 소비자단체와 협업해 별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영세 업체나 자영업 식당 등은 대부분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빈병 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술값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소비자 기만 행위이고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단속하면서 점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빈병 보증금 인상을 결정한 가장 큰 목적은 소비자들의 빈병 반환율을 높여 재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빈병을 회수하면 재사용률이 94%에 달하지만 국내는 빈병 회수율은 95%에 달하지만 재사용률은 85%에 그친다. 회수되는 빈병 중 약 10%(5억병)는 재사용되지 못한채 폐기되는 것.

    국내 빈병 재사용률이 낮은 이유는 빈병이 회수되는 과정에 그 이유가 있다. 가정용 술이 100병 팔리면 이 중 24병만 소비자들이 직접 반납하고 나머지는 재활용품으로 버려져 고물상을 통해 회수된다. 고물상을 통해 회수되면 병 속에 이물질이 들어 있거나 깨진채로 오는 등 빈병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에 환경부는 소비자들이 분리수거함에 빈병을 버리기보다 소매점으로 직접 반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보증금을 올린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목표는 현재 24% 수준인 소비자 반환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면서 "최종적으로는 소비자 반환율을 70%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