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M&A' 잠정 중단, 사업 경쟁력 저하 불가피"경영공백 장기화시 '브랜드 신뢰도' 회복 직격탄"


  • 삼성의 경영 시계가 멈췄다. 매달 들려오던 신규 M&A 발표소식은 끊긴지 오래다. 재계 안팎에서는 2008년 경영 공백상태가 재현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이 결정된 후 하루에도 수 차례의 회의를 열고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최지성 실장이 이끄는 미래전략실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사업 안정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개혁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총수 부재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매주 수요일 열던 수요 사장단 회의도 당분간 중단했다. 재판과정에서 벌어질 법리공방에 집중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겠다는 다짐으로 분석된다.

    다만 비상경영체제가 유지되는 만큼 M&A를 통한 신성장발굴 등 공격적인 경영 드라이브는 어려워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5월 말로 예상되면서 올 상반기 경영 차질은 불가피한 상태다. 재판이 2심, 3심으로 이어질 경우 경영 공백은 장기화될 수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2008년 삼성특검의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조세포탈 및 배임 혐의로 물러난 2년 동안 경영 공백 사태를 겪은바 있다. 삼성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의 등판과 함께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하며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업체들에 밀려 태양광, LED 사업 등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2014년 이재용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삼성은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2년새 30건에 달하는 M&A를 진행하는 등 과감한 인수와 적극적인 투자로 이재용식 경영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공격적인 행보는 지난해 11월 TV 제조와 관련된 QD비전 인수를 마지막으로 멈춰버렸다. 특검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와 맞물린다.

    재계가 이 부회장의 구속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이 이끌어온 삼성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총수 부재는 어느 때보다 뼈아프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이 M&A를 통한 기술력 내재화를 통해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기회라고 말하는데 이는 실상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며 "구속이 유죄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추락한 브랜드 신뢰도와 사업 경쟁력 회복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제외한 신규투자나 M&A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책임을 감수하며 대규모 사업을 결정해야할 오너가 사라져 사업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해졌다"며 "당장 10.5세대 LCD 투자와 미국 현지공장 설립 등 산적한 현안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