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0달러선 유지… 오일머니 국가 발주 긍정적트럼프정부 출현·IS세력·일부 국가 여행금지 '장애요인'
  • ▲ GS건설이 시공한 오만 소하르 아로마틱스 프로젝트 전경. ⓒ뉴데일리경제 DB
    ▲ GS건설이 시공한 오만 소하르 아로마틱스 프로젝트 전경. ⓒ뉴데일리경제 DB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건설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2006년 이후 최저 신규수주액을 기록하는 등 기저효과가 있기도 했지만, 국제유가 반등 등에 힘입어 산유국들의 발주에도 조금씩 해빙징조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해 국내 주택시장 열기가 예년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외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를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풍력과 태양광발전 비중을 늘리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사우디가 재생에너지 분야에 300억~500억달러를 투자해 2023년까지 약 1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확보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300㎿급 태양광발전소와 400㎿ 풍력발전소 등 총 700㎿급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오는 4월께 발주할 계획이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은 사우디의 '탈석유 정책'과는 노선은 다르지만, 기존 원유생산 설비에 대한 재투자를 천명하고 나섰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최근 열린 정부와 민간기업 대표간 확대회의에서 자국의 원유생산과 정제설비의 현대화를 지시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세계 10대 유전 중 하나인 자국의 카샤간 유전이 이달 들어 상업생산 수준에 도달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재정난을 고려, 프로젝트가 제한적인 반면 두바이는 '2020 엑스포' 관련 교통 인프라 확충 및 부동산개발, 건축공사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도 '2020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필수 인프라 사업 위주의 발주가 지속되고 있어 업계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밖에 2015년 7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기점으로 이란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림산업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이란에서 2조3036억원짜리 정유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업계에서도 올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수주가 전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건설기업의 중동·아프리카 수주활동 지원과 관련한 업계 한 세미나에서는 올해 이들 지역의 수주액이 지난해(중동 107억달러·아프리카 12억달러)보다 78% 확대된 212억달러(중동 200억달러·아프리카 12억달러)의 수주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소폭이나마 반등하면서 신규 프로젝트가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초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55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이달 초 55.45달러를 기록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이겠지만, 50달러 선을 유지하며 등락을 반복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오일머니 국가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잔존해 있는 IS 세력 등에 따른 치안 불안, 정치적 불안정성 그리고 유가와 원유생산 제한 등은 변수로 남아있다. 여기에 일부 국가의 경우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돼 수주활동이 제한적인 점도 국내 기업 진출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트럼프 정부 출현이나 치안 불안이 경제에 여전히 부담을 주고 있는데다 산유국의 감산합의 불이행 등 변수가 많아 긴장감을 낮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민관합작파트너십(PPP) 발주가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에 적합하도록 조직을 재정비하고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더 이상 시공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본설계와 디자인, 운영, 유지관리 등 해외건설사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수행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진출 지역을 세분화해 그 지역에 맞는 맞춤형 수주 전력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역할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일본의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JOIN)'의 기능과 유사한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기구'의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아직 전문인력 확보, 지원대상 선정기준 수립 등 기구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정부 주도의 전문기관이 수주 전반을 총괄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직하다는 평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같은 일련의 지원정책에서 역량 있는 중견·중소 건설·엔지니어링사가 빠져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수주기반이 돼 줄 중견·중소 기업군의 성장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신규 해외수주액은 모두 2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억달러에 비해 34.0%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달 겨우 16억 달러 수주하는데 그치면서 1월 수주액으로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월 해외건설 신규수주액은 2012년 15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3년 29억 달러 △2014년 37억 달러 △2015년 59억 달러 등 매년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43.3% 줄어든 29억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