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못할 경우 '배임' 혐의 불가피 '진퇴양난'"찬성과 반대, 어떤 결정 내려도 비판 피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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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30%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채무조정안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찬성할 경우에는 특정 기업 살리에 국민 노후자금을 쏟아부었다는 비난을, 반대할 경우에는 채권 출자전환을 비롯해 자칫 청산에 따른 투자 손실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출자전환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진퇴양난에 처했다.
     
    때문에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앞서 정부는 채무 재조정에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합친 P(프리패키지드) 플랜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장점을 결합한 채무조정절차로 채무자 기업이 채권단의 합의하에 회생계획안을 미리 작성해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절차를 말한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이 가동될 경우 법원이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필요한 운영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늦추는 성격이 강해 수주 취소나 선수금 반환 요청으로 인한 기업가치 손실은 불가피해진다. 이렇게 될 경우 대우조선은 청산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국민연금은 투자 원금까지 잃게 되는 불상사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채무조정안을 찬성할 수도 없다.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운용독립성 등 기금운용 원칙을 내세운 상황에서 찬성할 경우 특정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기금운용본부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우조선이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청산될 경우 찬성했던 당사자들이 배임 혐의를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권하거나 사채권자집회에 불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결국 프리패키지드 플랜이 발동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순 없다.

    한편 회사채 투자 피해와 관련한 국민연금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과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 등을 대상으로 분식회계로 입은 주식 투자 손해를 배상하라는 48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찬성할 경우 채무재조정이 사채권자집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쉬운 선택은 아니다"며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채권자집회는 내달 17일부터 양일간 5회에 걸쳐 진행된다. 5회의 표결 중 1회만 부결돼도 프리패키지드 플랜이 가동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