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비진술증거' 놓고 매주 수목금 3일 강행군경영권 승계 놓고 공방…"결정적 증거 없이 서증만 길어져"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기일이 매주 수목금 사흘 연속 진행되는 등 강행군에 돌입했다. 

    7차 공판기일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걸러 한 번 꼴로 열리는 셈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 만페이지에 달하는 진술·비진술증거를 제출하면서 공판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통상 이틀 만에 마무리되는 공판과 달리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은 9차 공판까지 서증조사가 이어진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1차 공판을 시작으로 여섯 차례의 공판에서 날선 공방을 펼쳤다. 특검은 정유라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급한 출연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행정처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관련된 서증조사를 진행하면서 대가성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특검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대가성 청탁을 했다는 기본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특검이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공소장 자체를 수정해야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공판이 진행될수록 쟁점사항들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 진행된 공판들을 주요 쟁점 위주로 간단히 되짚어본다.

    ◆ 정유라 승마지원 놓고 '대가성 vs 강요' 공방

    지난 13일 열린 2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해 진행된 일이라고 항변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알고 정유라에게 승마를 지원했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특검은 삼성이 정 씨를 지원하는 대가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았다며 특혜성 승마지원이라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를 지원해 고맙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이같이 말했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실제 그런 발언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승마지원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정 씨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불러 질책한 사실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뒤로는 비선실세인 최 씨의 요구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유라만을 위한 지원이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정했다. 변호인단은 "당초 6명을 선발해 지원하려 했지만 계획이 불발되면서 모든 지원금이 정 씨에게 쏠린 것"이라며 "처음부터 한 명만을 지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경영권 승계 주장 논란

    특검은 지난 20일 열린 5차 공판에서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락실 전략팀장(사장)의 진술조서를 토대로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의 로비와 연관됐다고 추측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판단일 뿐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양사 내부에서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그룹 차원의 이익을 따져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외압을 넣도록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주장에는 엘리엇 사태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실 선임 행정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내세웠다. 변호인단은 삼성에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토대로 로비가 있었다면 이같은 형태의 보고서가 있을 수 없다고 거듭 항변했다.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관련해서는 "그룹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40%로 1000만주라 해도 5%에 불과해 지배력 강화와는 무관하다"며 "금융지주전환을 위해서는 남아있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했다. 어차피 처분이 필요한 사안이라 경영권 승계에 의미가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재단출연-메르스 행정처분' 관련 결정적 증거 부재

    4차와 6차 공판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둘러싼 대가성 여부와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관련 행정처분, 화평법 적용배제와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 대한 공방이 펼쳐졌다.

    특검이 재단출연에 대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대가 관계에 따른 출연이라 주장한데 반해 삼성은 법적 절차에 따라 전경련의 주도로 출연했을 뿐 대가성 없는 출연이었다고 맞섰다. 특히 다른 기업들도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순실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특검은 메르스 관련 감사원 감사와 정부의 행정처분에는 미래전략실이 개입해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직접 사과했고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 미전실이 나선 것"이라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실체가 없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특검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대관행위를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특검은 이같은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모든 주장이 추측과 예단에 입각해 이뤄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7~9차 공판은 비진술증거에 대한 서증조사가 다뤄지며 내달 초부터는 본격적인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비진술증거는 진술증거와 달리 임의성은 문제되지 않지만 적법성이 엄격히 요구된다. 증거로 채택된 자료가 적법한 절차로 취득했는지를 따져 묻는 것이다. 비진술증거에는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 등이 포함된다.

    내달 2일 열리는 10차 공판은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첫 번째 증인으로는 삼성전자 승마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승마선수 최준상 씨와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