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 4695 베트남서 美 수출베트남 46% 관세에 수출 지속 불투명삼성SDI, 1년 앞당긴 양산 자충수 될라롯데EM·SK넥실리스, 동박 말레이 공장도 비상
  • ▲ 삼성SDI 46파이 배터리ⓒ삼성SDI
    ▲ 삼성SDI 46파이 배터리ⓒ삼성SDI
    삼성SDI가 국내 최초로 차세대 46파이 배터리를 양산한 가운데 암초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에 관세 46%를 부과하면서다. 

    4일 삼성SDI에 따르면 회사의 4695 배터리는 천안 마더라인에서 생산되며, 이를 베트남 법인으로 옮겨 '모듈'로 조립한 후 미국 고객사에 수출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베트남에 관세 46%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하면서 향후 수출이 지속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업계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4695 배터리는 삼성SDI의 전기차 캐즘 극복 의지가 담긴 상징적인 제품이다. 

    또한 한국 기업의 첫 46파이 배터리 양산이자 수출인데, 이게 트럼프의 관세에 발목이 잡혀버린 것이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46파이 배터리를 양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숨가쁘게 달려왔다. 46파이 배터리야말로 전기차 캐즘을 돌파하고,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설 제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름 46mm, 높이 95mm를 뜻하는 4695 배터리는 기존 지름 21mm, 높이 70mm의 2170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용량이 무려 6배 이상 뛰어나다. 쉽게 설명해 같은 수의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했을 때 주행거리 등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점이다. 

    46파이 배터리는 2170 배터리와 비교해 지름이 커지기 때문에 용접이 매우 어렵고 양산 난이도가 훨씬 높다.

    일례로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 탑재하기 위해 46파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려고 노력 중이나 수율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46파이 배터리를 이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오창에서 양산해 테슬라에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테슬라 전기차가 복합적인 이유로 판매량이 급락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46파이 배터리는 아직도 양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중에 삼성SDI가 46파이 배터리를 국내 기업 최초로 양산해 미국 고객사에 수출하는 낭보를 울렸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해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말레이시아에 관세 26%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 ▲ 롯데에너지머티 말레에시아 공장ⓒ롯데에너지머티
    ▲ 롯데에너지머티 말레에시아 공장ⓒ롯데에너지머티
    롯데에너지머티는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2023년 말에는 5·6공장을 준공해 현지 생산능력을 연 6만톤으로 늘렸다. 이 회사 전체 동박 생산량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있는 롯데에너지머티의 스마트팩토리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신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는데, 트럼프의 관세로 원가 경쟁력이 타격을 입게 생겼다.

    롯데에너지머티의 주요 고객사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관세로 가격이 뛸 경우 롯데에너지머티의 동박 주문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SKC의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동박 2공장을 지난해 상반기에 완공하고, 이른 9월에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SKC는 말레이시아 2공장에 6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넥실리스의 주요 고객사는 삼성SDI, SK온이 있다.

    SKC 관계자는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이미 양산을 하고 있다"며 "(동박의 원재료인) 구리의 경우 상호관세, 보편 관세를 적용 받지 않아서 우려가 크지 않고, 중국이 워낙 높은 관세를 적용 받을 예정이라 상대적 피해가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인건비와 전기료를 보고 동남아에 들어간 기업들은 낭패를 보게 생겼다"며 "전기차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사에서 가격을 맞춰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