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바퀴형 자율이동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만남에 바퀴형 자율이동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가 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양산 준비를 마친 모베드를 앞세워 물류·점검·순찰 등 산업용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과 엣지 AI 기술이 더해질 경우 현장 적용과 사업 확장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서울 서초구 양재사옥을 방문한 황 CEO를 위해 모베드 시연을 별도로 마련했다. 양재사옥에 배치되지 않은 모베드를 회동 현장에 가져와 양사의 로보틱스 협력 확대 가능성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황 CEO 앞에서 모베드를 시연한 배경에는 엔비디아와의 로보틱스 협력 가능성도 깔려 있다. 양사는 이날 로봇을 연구 단계에서 실제 산업 현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모베드는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이동형 로봇 플랫폼이다. 특히 주변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경로를 설정하는 자율이동로봇(AMR)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존 무인운반차(AGV)가 정해진 선이나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과 달리 AMR은 작업자와 설비의 움직임을 인식해 경로를 바꿀 수 있어 공장·창고·물류센터의 자동화 수요와 맞닿아 있다. 
모베드는 여기에 상부 장비를 바꿔 물류·점검·순찰 등으로 용도를 넓힐 수 있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산업 수요를 공략할 수 있다. 모듈 생산으로 개발 기간과 원가를 낮출 수 있어 물류·점검·순찰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이 가능하다. 휴머노이드보다 초기 도입 비용과 안전 인증 부담이 낮아 상품성도 높다. 
현대차그룹은 모베드의 양산 준비를 마치고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모델과 고객 맞춤형 모델로 제품군을 나눈 데 이어 지난 3월 ‘모베드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부품사와 서비스업체, 수요기관을 묶어 응용 장비와 적용처를 늘리고 상용화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이 모베드 얼라이언스를 확대하면 공통 하부 플랫폼을 바탕으로 물류·점검·배송 등 용도별 제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향후 첫 공급 계약과 실제 운용 실적 확보가 모베드의 산업용 로봇 전환을 가를 전망이다. 공장과 창고, 물류센터는 작업 동선이 일정하고 반복 업무가 많아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가 입증되면 대규모 도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자상거래 확산과 물류 자동화 수요에 힘입어 이동형 로보틱스 시장은 2024년 254억달러(약 38조 9229억원)에서 2030년 736억8000만달러(약 112조 8335억원)로 연평균 20.7% 성장할 전망이다. 서비스 로봇까지 포함하면 모베드가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은 더 넓어진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이 2024년 471억달러에서 2029년 986억5000만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 확대의 관건은 서로 다른 현장에 모베드를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느냐에 있다. 공장과 물류센터마다 통로와 설비 배치, 작업자 이동 경로가 달라 새로운 사업장에 투입할 때마다 주행 성능과 안전성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 적용처가 늘어날수록 실제 시설에서 반복 시험하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진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기반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 심’은 AMR의 현장 적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공장과 물류센터를 가상 공간에 구현한 뒤 통로 폭과 설비 배치, 작업자·지게차의 움직임, 바닥 상태 등을 반영해 경로 설정과 장애물 인식·회피 성능을 실제 투입 전에 검증할 수 있다. 
현장 투입 이후에는 로봇이 주변 상황을 즉시 판단할 수 있는 엣지 AI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로봇용 연산 플랫폼을 적용하면 모베드가 외부 서버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사람이나 장비의 움직임을 인식해 감속하거나 경로를 바꿀 수 있다.
황 CEO의 이번 방문에 메디슨 황 엔비디아 피지컬 AI 플랫폼 제품·기술 마케팅 수석디렉터가 동행한 점도 주목된다. 메디슨 황 디렉터는 옴니버스와 아이작 등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 전략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이 평소 양재사옥에 없던 모베드를 별도로 준비한 것은 피지컬 AI 실무 책임자에게 이동형 로봇의 기술과 사업 가능성을 직접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