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예탁금 1000만원→3000만원 상향 시점 당초 8월5일→7월31일로 앞당기는 방안 논의대용증권 불인정 조치도 8월19일보다 조기 시행 검토외인·기관 규제 제외에 슈퍼개미도 사실상 영향 없어업계 "며칠 앞당기기보다 시장 영향·실효성 검토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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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한 대책'을 주문했지만, 정작 추가대책은 예탁금 상향 시점을 불과 며칠 앞당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품 출시 당시에도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문제가 불거진 뒤 내놓는 규제마저 속도전에 치우치면서 '졸속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 자금력이 큰 슈퍼개미는 사실상 규제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시행일을 앞당기는 것만으로 시장 변동성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1일 대형 증권사 6곳의 전산 담당 실무진과 한국거래소, 코스콤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소집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조기에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자리로 알려졌다.

    논의의 핵심은 기본예탁금 상향 시점이다. 당초 다음 달 5일로 예정됐던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를 이달 31일로 앞당기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논의는 이 대통령이 금융당국의 기존 보완책에 사실상 추가 대책을 주문한 직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당국이 내놓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책을 두고 "그것 가지고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며 "신속히 필요한 대응조치를 과감하게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업계에 전달된 변화는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기보다 이미 예정된 조치의 시행 시점을 며칠 앞당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통령이 '과감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시행일을 당기는 것만으로 시장 과열과 변동성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는 간담회와 별도로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전산 시스템 변경이 가능한지도 확인했다. 코스콤의 공동 원장 시스템인 '파워베이스'를 사용하는 중소형 증권사들도 일정에 맞춰 전산 작업을 마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이미 조기 시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산 작업에 들어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식 공문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달 말까지 시스템 반영을 끝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조기 시행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적용 시점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당국이 언급한 '7월 말'이 전산 시스템 반영 완료 시점을 의미하는지, 실제 투자자에게 강화된 예탁금 기준이 적용되는 시점을 뜻하는지 추가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달 31일까지 시스템 작업을 마친 뒤 다음 영업일인 8월 3일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행일을 며칠 앞당기는 것 자체는 전산상 큰 문제가 없다"며 "다음 달 3일부터 시행한다면 해외주식 거래까지 마무리된 주말 동안 시스템 변경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오히려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당초 8월19일께 도입하려던 '대용증권 불인정' 조치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행일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계획보다 최소 2~3영업일 이상 단축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용증권 불인정까지 시행되면 투자 문턱은 한층 높아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려면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전액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현재는 현금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 등 계좌 내 자산도 대용증권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현금만 기본예탁금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강화된 기준은 국내 상장 상품뿐 아니라 해외 증시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대용증권까지 인정하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의 신규·추가 투자 수요를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규제 대상이 사실상 개인투자자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거래 규모가 큰 외국인과 기관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이미 충분한 자금을 보유한 슈퍼개미 역시 3000만원의 예탁금 기준이 별다른 제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자금력이 부족한 소액 개인투자자의 진입만 막을 뿐 시장 전체의 레버리지 거래와 변동성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대책의 실효성뿐 아니라 추진 방식에도 불만이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할 당시에도 촉박한 일정 속에서 상품 출시가 진행됐는데,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이번에는 충분한 검토와 현장 협의 없이 규제 시행까지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품 도입 당시에도 일정이 상당히 촉박했는데 문제가 발생한 뒤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도 업계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책을 며칠 빨리 시행하는 것보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검토하고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