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공적자원 선언 … 이러다 대통령이 대출심사할 판재건축·재개발 막고 줄줄이 좌초되는 공공주택 고집만 부려보유세 폭탄? 매물잠김 부채질 … '17억 근저당'에 정책 신뢰 ↓
  •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는 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 제시보다는 정부의 규제 일변 정책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시장의 자율적인 공급과 가격 메커니즘을 불신하고, 대출 통제와 징벌적 세금이라는 과거의 '실패한 처방전'을 다시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현 정책 기조가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답습하는 이른바 '문(文) 시즌 2'를 넘어 꽉 막힌 공급과 고금리, 사금융 간 결합으로 서민 주거 환경을 더욱 혹독하게 만들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정상화'라는 정책 목표가 무색하게 무주택 서민층의 주거 불안만 심화시키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출 규제 탓에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한 채 전·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고, 정부가 호언장담 했던 공급은 실체 없는 숫자놀음뿐이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던 약속은 이미 공수표가 된 지 오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에 이은 보유세 강화 예고에 시장에선 이미 집주인들의 버티기와 그에 따른 매물 잠김, 매매 및 전·월세값 폭등 악순환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의 공적자원 규정 : 서민은 집 못 사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금융을 '국가 발권력에 기반한 공적 자원'으로 규정한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는 곧 가계대출을 국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문제는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명분으로 실행된 전방위적인 대출 옥죄기가 정작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자금줄부터 끊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실현 가능한 공급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문턱만 높이면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무주택 서민층은 고금리 신용대출이나 비제도권 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자본 융통을 차단한 대가는 결국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27 대출규제'와 '10·15 부동산대책'으로 서울을 비롯한 규제지역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제한됐고 여기에 담보인정비율(40%)가 적용된다.

    예컨대 10억원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주담대는 최대 4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KB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이는 등 시중은행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가용자금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압박에 눈치를 보던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대출한도 축소에 나섰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 실수요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8311만원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비싼 강북권만 봐도 평균 11만5609만원이다. 단순계산하면 3억원을 '풀대출' 받아도 8억원의 추가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소위 '금수저'나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이상 현금 8억원은 접근조차 어려운 금액이다.

    생애최초 유형 경우 LTV 70%까지 적용된다고 하지만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최대 7억원까지 대출을 당겨도 4억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더욱이 은행들이 생애최초 유형 대출한도도 줄이고 있어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결국 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그나마 진입장벽이 낮은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고, 1시간 넘는 출·퇴근 시간에 이들의 삶의 질과 행복도는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재건축·재개발 틀어막고 : 양질의 주거 귀해진다

    인위적 규제가 아닌, 비교적 건전한 방법의 집값 안정책은 바로 공급이다. 이재명 정부도 출범 초부터 세금 규제 없이 공급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해왔다. 하지만 3기신도시를 비롯한 공공주택 공급은 줄줄이 밀리고 있고, 유일무이한 도심 공급책으로 꼽히는 재건축·재개발은 정부 규제에 막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시장 수요와 정부 공급 방향 간 엇박자다. 대부분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도심 내 양질의 '신축 아파트'다. 하지만 정부의 공급 초점은 민간이 아닌 공급에 맞춰져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활성화를 위해 '대못'으로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이주비 대출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현행 유지로 가닥을 잡고 있다.

    애초에 이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재건축·재개발에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만큼 공공에 편중된 정책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전날 토론회에서 "재건축·재개발을 해도 주택 공급 효과가 크지 않다"고 발언했고,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 방송에 출연해 "만능키가 아니다, 투기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며 재건축·재개발 공급론에 선을 그었다.

    정부는 공공주택 확대로 공급난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공사비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 개편 등 여파로 인허가 및 착공 지연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5월 수도권 공공주택 착공물량은 3494가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공언한 연내 수도권 6만2000가구 착공 목표의 5.6% 불과한 수치다.

    결국 시장이 원하는 상품인 '아파트'와 사업주체인 '민간'을 철저히 배제한 공급 계획은 2~3년 뒤 심각한 입주물량 가뭄을 초래할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고가·다주택 징벌적 보유세 : 매물 잠김·집값 상승 부채질

    공급 통로가 막힌 상태에서 예고된 '보유세 중과'는 집값을 잡기는커녕 시장 과열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양도세 등 거래세 인하 같은 탈출구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만 가중될 경우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매도하는 대신 증여나 버티기에 들어간다. 경제학 기본 원리상 시중 유통 물량이 마르면 자산 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엑스를 통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언급한 지난 1월 이후 아파트 매물은 꾸준히 늘어 지난 3월 중순엔 최대 8만가구를 넘어섰다. 하지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풀렸던 급매물이 소진되자 집주인들은 다시 버티기에 들어갔고 24일 기준 매물은 6만1361가구에 불과하다. 4개월 남짓한 기간에 2만여가구 매물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더욱이 늘어난 조세 부담은 전·월세값 인상을 통해 가장 취약한 임차인들에게 전가(Tax incidence)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 이창무 한양대 교수팀 연구결과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처음 도입된 노무현 정부 시기 월세는 약 20%, 종부세를 대폭 강화한 문재인 정부 시기엔 30%나 치솟았다.

    이미 정부 규제 여파로 전·월세값은 감당하기 수준으로 뛰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 전세가격지수는 1.08% 올라 5월 0.91%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전세가격이 월간 기준 1% 이상 오른 것은 2013년 10월 1.04% 이후 무려 12년 8개월 만이다. 월세도 전월 대비 0.96% 오르며 2015년 7월 이후 약 10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책 신뢰 붕괴 : 꼼수가 정당화되는 시장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정책 성공을 위한 필수 전제인 '국민적 신뢰'마저 금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대토론회에서 투기와 실수요를 엄격히 구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본인 소유의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는 이자 없이 17억7000만원 근저당권을 설정해 도마 위에 올랐다.

    비록 불법은 아니라고 하나 강남 일대 고가주택 시장에서만 국한돼 이뤄졌던, 일반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기이한 거래'로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논란을 낳은 것이다. 일반 서민의 대출은 엄격히 통제하면서 정작 최고 권력자는 사금융이라는 '꼼수'로 규제를 우회하면서 정책 정당성이  뿌리채 흔들리는 결과를 자초했다.

    벌써 시장 곳곳에선 '집주인(매도인) 대출'을 조건으로 내건 매물이 하나둘 늘어나는 양상이다. 연일 시장 정상화를 강조했던 대통령과 정부가 되려 시장 내 편법 거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부동산을 보면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자곡아이파크' 전용 59㎡ 매물은 최근 '집주인 대출 6억'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지난달 29일 19억5000만원에 처음 등록된 이 매물은 20억원으로 호가를 올렸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76.17㎡도 호가 35억원에 집주인 대출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제시됐고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도 매도인 대출이 조건이 붙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을 비롯한 고가주택 집값을 잡겠다던 대통령이 강남권 집값 띄우기에 활용됐던 근저당 거래 주체가 됐다는 점에서 비판여론이 확대된 것"이라며 "합법 여부를 떠나 근저당 거래는 집값 등 거래 지표를 왜곡시킬 수 있고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간 거래라는 점에서 리스크도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