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삼성, 73억 안팔리자 9천 올리고 근저당 거래 조건 전환집값 하락 방어책으로 널리 퍼져 잠실·성수 등 상급지 넘어 전국 확산일로국민 64.4% "부적절한 거래"
  • ▲ 서울 강남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강남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 매도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근저당 거래(집주인 대출)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분당과 수원 광교신도시 등 인근 수도권으로 근저당 거래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촉발점이었던 강남 일대에선 대상 주택 가격이 70억원대, 집주인 대출 규모는 20억원까지 뛰었다.

    시장에선 근저당 설정 등 대출 규제를 우회한 '꼼수' 거래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시장 정상화라는 명목 아래 양도소득세 등 세제 강화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까지 바짝 조였지만, 정작 주요 타깃인 초고가주택은 대통령의 근저당 거래로 인해 '규제 구멍'이 생긴 것이다. 일반 실수요자는 접근조차 어려운 비정형적 주택 거래방식이 횡행할 경우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27일 공인중개업계와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아크로삼성' 전용 104.9㎡ 매물은 호가 73억9000만원에 집주인 대출 20억원 가능 조건이 붙었다.

    해당 매물은 지난달 호가 79억원에 처음 등록됐다가 이후 73억원까지 떨어졌고, 이후 집주인 대출 조건이 붙으면서 다시 73억9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정황상 내놓은 매물이 팔리지 않자 호가를 조정하면서 집주인 대출 조건도 함께 내걸은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평형 매물은 2024년 11월 조합원 입주권이 49억5000만원에 손바뀜된 이후 거래가 없었다.

    송파구에서도 집주인 대출 가능 매물이 등장했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124.22㎡는 지난 24일 호가 44억5000만원에 매도인 대출 가능 조건으로 매물이 등록됐다.

    성동구 성수동1가에선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1차' 전용 84.95㎡도 호가 35억원에 매도자 근저당 설정이 가능한 조건으로 매물 목록에 등장했다. 해당 평형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39억원이다.

    시장에선 매도인이 실거래가보다 낮은 호가에 급매를 내놨음에도 매물이 팔리지 않자 근저당 거래 조건을 붙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거래 방식은 서울 상급지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 '광교중흥에스클래스' 전용 129㎡는 호가 27억2500만원에 집주인 대출 가능 조건을 붙여 매물이 등록됐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 전용 112㎡ 경우 집주인 대출 가능 문구가 붙은 매물이 등록됐다가 최근 삭제됐다.
  • ▲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집주인 대출 20억원 매물. ⓒ네이버 부동산
    ▲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집주인 대출 20억원 매물. ⓒ네이버 부동산
    '셀러 파이낸싱'(매도인 금융)으로도 불리는 근저당 거래는 주택 매도인이 은행 등 공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매수자에게 직접 매매가 일정 부분을 대출해주는 거래 방식이다. 계약금을 치른 뒤 매도인이 근저당 설정 후 차용증을 작성하면 이후 매수자는 매달 원리금을 분할 상환해야 한다. 

    법 테두리 안에는 있지만 사금융을 활용한 개인 간 거래인 만큼 리스크가 커 강남 고가주택 및 재건축 시장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다. 집값 착시 현상과 시장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근저당을 설정해 주택을 매도하는 방식은 불법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통상적인 거래로도 보기 어렵다"며 "애초에 강남권 일부 초고가주택 거래에 국한됐던 거래 방식인 만큼 몇 천만원이 모자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실수요자 입장에선 박탈감을 느끼는 게 당연"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의 이번 근저당 설정 거래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개혁신당 싱크탱크인 개혁연구원이 지난 24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대통령 부부의 자택 거래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64.4%로 '적절하다'(31.3%)의 두 배에 달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형식상 불법은 아닌 만큼 정부가 당장 근저당 거래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더욱이 대통령의 근저당 거래를 문제 삼지 않고 규제만 강화하면 시장 내 반발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