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군공항 이전 후보지인 무안군, 선정위 불참 통보부지 선정 절차 중단…전력 등 인프라 구축도 줄지연주민투표도 변수…시민단체 "군공항 이전, 원전 반대""2029년 삼성·SK 공장 가동" 정부 계획 차질 불가피
  •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무안공항 항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6.06.30.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무안공항 항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6.06.30.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출발부터 암초를 만났다. 반도체 공장 부지로 낙점된 광주 군공항을 이전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무안군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부지 확보 일정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9년 말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소 1개씩의 반도체 팹을 가동할 수 있도록 전력과 용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군공항 이전후보지 지정부터 지원계획 수립, 주민투표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산적해 있어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 국방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광주 군공항 이전후보지 지정을 위한 2차 선정위원회 회의가 잠정 연기됐다. 김산 무안군수가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 회의에서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광주 군공항 '이전후보지'로 지정하고 후속 행정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전 대상 지역인 무안군이 논의를 거부하면서 올해 안에 최종 이전부지를 확정하겠다는 구상도 불투명해졌다. 2차 선정위원회 회의를 언제 다시 개최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첫 단추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정하고 제1전투비행단과 미군 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국방부 및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

    군공항이 이전하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장을 지을 부지를 확보할 수 없다. 부지 확정이 늦어질수록 반도체 공장 건설뿐 아니라 전력망과 용수 공급시설, 도로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일정도 함께 밀릴 수밖에 없다.

    군공항 이전 절차는 국방부의 '예비이전후보지' 지정을 시작으로 '이전후보지 지정', 정부와 전남광주특별시의 지원계획 수립·공고, 주민투표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주민투표를 통과하면 무안군이 국방부에 군공항 유치를 신청하고, 국방부가 최종 검토를 거쳐 이전지역을 발표한다.

    무안군 망운면은 지난 4월 2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됐다. 국방부는 두 번째 행정절차인 이전후보지 지정을 위해 지난달 17일 1차 선정위원회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달 30일에는 2차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김 군수가 불참을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정을 다시 조율해 28일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무안군이 재차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행정절차가 한 달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김 군수는 회의 불참 이유에 대해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우선 이전과 1조원 규모 지원 약속 구체화,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인센티브 등 '3대 선결조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김 군수는 "군공항 이전을 위한 3대 선결조건 이행 요구에 합당한 대답이 전혀 없다"며 "군공항이 있던 부지에는 큰 선물이 가고 정작 고통을 받아야 할 곳에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광주 군공항 부지에는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가 이뤄지는 반면 군공항을 떠안게 되는 무안에는 소음과 안전, 환경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전남광주특별시가 제시한 지원책만으로는 군공항 이전에 따른 장기간의 피해와 지역 주민의 반발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이전후보지로 지정돼야 무안군의 요구를 반영한 지원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주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별시 관계자는 "김 군수 등을 지속적으로 만나 협의한 뒤 2차 선정위원회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시민단체의 반대도 변수다. 민주노총 등 전남광주지역 63개 시민단체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군공항의 무안 이전을 중단하는 대신 기존 군공항 기능을 다른 공군기지에 분산하고 장기적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 군 공항이 한·미 공동운영기지(COB)인 만큼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역개발사업이 아니라 한·미 군사협력과 연계된 국가 군사정책의 문제"라며 "또 다른 군 공항 건설로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각종 피해를 전가하며 지역민 간의 갈등과 희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무안 이전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기존 군 공항의 기능 재조정과 통폐합 원칙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안군이 선정위원회 논의에 복귀하더라도 주민투표라는 더 큰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와 특별시가 지원계획을 마련해 공고해도 주민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높으면 무안군은 군공항 유치 신청을 할 수 없다.

    군공항 이전에 따른 소음과 안전사고 우려, 환경 훼손 가능성 등 부정적 인식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현재의 전력과 용수만으로도 반도체 팹 4기에 공급이 가능하다"며 "2029년 말까지 전력과 용수 인프라를 구축해 최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개 팹씩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전력은 한빛원전 6기와 호남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활용하되 한빛원전에서 남광주변전소로 이어지는 345㎸ 송전선로를 광주 군공항 부지까지 연계하는 추가 송전망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용수는 섬진강·영산강 수계 8개 댐의 저수량 약 15억t을 활용해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하루 65만t을 공급하고, 가뭄 등에 대비해 전남 화순 동복댐을 높여 저수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부지 확정이 지연되면 전력과 용수 공급 계획도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송전망 건설에 통상 5~10년이 걸리는데, 정부 목표대로 2029년 말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을 각각 1기 이상 가동하려면 군공항 이전과 반도체 부지 확정,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을 사실상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행정절차가 수개월만 늦어져도 전체 공정이 연쇄적으로 밀릴 수 있는 빠듯한 일정이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는 약 6.3GW, AI 데이터센터에는 약 18.4GW 등 총 24.7GW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설비용량 1.4GW인 한국형 대형 원전 APR1400 약 18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지역 환경단체들은 한빛원전 7·8호기 추가 건설과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면 부지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송전망 등 핵심 기반시설을 정해진 시점까지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군공항 이전 논의가 장기간 중단되면 2029년 말 팹 가동이라는 정부 목표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