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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2일 성남복정2지구 사전청약자들이 LH 서울본부 앞에서 집회를 하는 모습.ⓒ성남복정2지구 사전청약 피해자 대책위원회 제공.
"정부가 신혼부부의 주거 불안을 해결해 준다고 해서 사전청약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5년 동안 셋방살이를 했고, 이제 입주까지 다시 4년을 기다리라고 합니다."
성남복정2지구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기다림이 9년 가까이 이어지게 됐다. 당첨 당시 세웠던 둘째 출산과 자녀 교육 계획은 미뤄졌고, 전세계약이 끝날 때마다 집을 옮기는 생활도 계속되고 있다. 오는 31일 본청약 입주자모집공고를 앞두고 있지만 당첨자들은 내 집 마련의 기대보다 분양가 상승에 대한 걱정이 큰 상황이다.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성남복정2지구 사전청약자 주민단 등에 따르면 성남복정2 A1블록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일대에 조성되는 신혼희망타운이다. 지구 전체 공급 물량은 892가구로 이 가운데 임대주택은 298가구다.
A1블록은 2021년 10월 632가구를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진행했다. 당시 추정분양가는 전용면적 55㎡ 5억3840만원, 56㎡ 테라스형 5억5489만원이었다. 당초 2023년 5월로 예정됐던 본청약은 오는 31일로 미뤄졌고, 입주 시점도 2025년 10월에서 2030년 2월로 늦춰졌다.
성남복정2지구 사전청약자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만든 제도인데 오히려 9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게 됐다"며 "둘째도 낳지 못하고 계획을 미루는 분들이 있고 아이의 입학과 전학 문제로 고민하는 가정도 많다"고 토로했다.
A씨는 최근까지 생업도 사실상 접고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는 "한여름에 혼자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어지러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며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지연 기간에 발생한 비용까지 당첨자들이 떠안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컸다"고 호소했다.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는 전월세 계약이 끝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사전청약자 B씨는 "본청약과 입주 일정이 거듭 미뤄지는 동안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못해 다시 짐을 싸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전청약자 C씨는 "생후 3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전월세 주택을 옮겨 다니고 있다"며 "집주인이 직접 들어오겠다고 하면 집을 비워야 하고 보증금을 올려 달라고 하면 또 다른 셋집을 찾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월세로 옮기거나 성남을 떠난 주민도 있다. A씨도 이전 집의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억원을 추가로 올려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는 "성남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토박이들이 많지만 전셋값이 오르면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간 분들도 있다"며 "분양가마저 감당하지 못하면 다시 성남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우려했다. 사전청약 이후 다른 주택을 매입하거나 다른 청약에 도전하지 않고 복정2지구만 기다려온 만큼 당첨을 포기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금 포기하면 평생 무주택자로 남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포기해야 하지만 지난 5년을 생각하면 쉽게 놓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첨 당시에는 대부분 30대였지만 입주할 때는 40대 중후반"이라며 "대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근로기간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오는 31일 공개될 본청약 분양가도 당첨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주민단이 2021년 사전청약 1~4차 신혼희망타운 가운데 본청약을 진행한 사업지구의 공고를 비교한 결과, 사전청약 추정분양가 대비 본청약 1층 기본형 최저 분양가는 성남낙생 A1이 주택형별 22.8~31.1%, 시흥하중 A1이 35.3%, 인천계양 A9이 37.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다른 신혼희망타운의 분양가가 크게 오른 것을 보면서 복정2지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 나올까 걱정하고 있다"며 "31일 공고가 나오면 5년을 기다린 가정 중 상당수가 계약 여부를 다시 고민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토지분담금도 쟁점이다. 복정2지구 공급 규모는 당초 1026가구에서 892가구로 134가구 줄었다. 주민단은 같은 사업지구의 토지비를 더 적은 가구가 나눠 부담하면 개별 수분양자의 토지분담금이 5000만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민단은 지난 22일 LH 서울지역본부에 전달한 항의 서한을 통해 세대수 축소로 늘어난 토지 부담을 분양가에 전가하지 말고 LH가 흡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초 본청약 예정 시점인 2023년 5월을 기준으로 토지비와 건축비를 산정하고 분양가 세부 원가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단은 인근 대단지의 민원도 공급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민원은 맹꽁이 보호 등 환경 문제에서 인근 학교의 일조권과 학생 사생활 침해, 공사 중 소음·진동과 안전 문제로 확대됐다. 이후 학교 앞에 계획됐던 2개 동이 설계에서 제외됐다.
A씨는 "복정2지구에는 임대주택도 함께 들어오는데 인근에서는 집값 하락을 우려해 사업 철회나 축소를 요구했다"며 "정작 세대수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사전청약자들은 별도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착공 지연 과정에서는 성남교육지원청과 LH가 주고받은 보완 요구도 쟁점이 됐다. 주민단은 국회의원실을 통해 관련 공문 내역을 확인한 결과 교육지원청이 LH에 사업 승인 관련 자료를 세 차례 요구했지만, LH 담당자가 약 3년 전 업무를 미결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처음에는 교육지원청이 까다로운 보완을 반복해 사업이 늦어졌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공문 내역을 확인해 보니 교육지원청이 자료를 요구했는데 LH가 이를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LH는 교육지원청 협의만으로 사업이 지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교육청 등 관계기관 협의와 보상, 암반 처리 등 선행 절차가 복합적으로 지연됐다"며 "사전청약자들이 원활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아직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된 사업장에 적용되는 조치는 계약금을 분양가의 10%에서 5%로 낮추고 중도금과 잔금의 납부 시점을 조정한 것이 전부다.
A씨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복정2지구 사업 지연 과정과 사전청약자들의 피해를 정리한 증거자료를 등기로 보냈다. 성남시장으로 재임했던 이 대통령이 지역 사정과 당첨자들의 처지를 직접 살펴봐 달라는 취지다.
A씨는 "굉장히 절박한 마음으로 증거자료까지 정리해 대통령실에 보냈다"며 "구제해 줄 수 있는 분은 대통령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읽어주시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감당하지 못할 분양가 때문에 사전청약을 믿은 가정들이 마지막 순간 집을 포기하지 않도록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