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불 능력 외면한 3.7% 인상" … 연간 인건비 부담 급증 호소민노총 "도급제 노동자 배제" … 배달라이더 등 최저임금 적용 확대 촉구1988년 이후 재심의 전례 없어 … 노사 모두 제도개선 논쟁은 지속 전망
  • ▲ 202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사 위원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 202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사 위원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지만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노동계는 도급제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보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상공인들은 "지금의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며 지불 능력을 반영한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노동계와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각각 고용노동부에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노동계와 사용자 측 단체가 같은 해 최저임금안에 동시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은 223만6300원으로 올해보다 7만9420원 증가한다. 그러나 의결 직후부터 노사는 모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소상공인들은 인상 폭 자체가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송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 1명당 월급은 약 7만9000원, 연봉은 약 95만원 오른다"며 "근로자 4명을 고용한 사업장은 4대 보험 부담까지 포함하면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은 월평균 영업이익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223만63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고용 축소와 초단시간 근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재심의와 함께 ▲최저임금위원회 내 소상공인 대표성 확대 ▲최저임금 격년 결정 ▲업종별 구분 적용 ▲일자리안정자금 부활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단순히 인상률이 낮다는 점뿐 아니라 도급제 노동자가 최저임금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배달라이더 등 건당·성과급 방식으로 일하는 도급제 노동자에게 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안건이 처음으로 공식 논의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임위에 해당 안건 심의를 요청했고 노동계 역시 업무 수행 비용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순수입을 노동시간으로 나눠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산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되면서 내년에도 도급제 노동자는 별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민주노총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배달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 등을 근거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요구는 정반대지만 공통점도 있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가 노동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 측은 업종별 수익성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노동부 장관이 이의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이의제기가 실제 재심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노사단체가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노동부 장관이 재심의를 요청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2022년에도 민주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모두 이의를 제기했지만 당시 노동부는 최저임금위의 심의·의결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도급제 노동자 보호 확대'와 '소상공인 지불 능력 반영'이라는 상반된 요구는 내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최저임금위와 별도로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불합리함을 알리겠다"며 "내년 최저임금위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을 위한 밑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