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수익성 낮아지고 혁신 역량에 따른 보상 격차 확대비핵심 브랜드-후보물질 양도 … 공장 매각-위탁생산도 선택지회생 제약사 품은 부광-유암코·태광 … 생산기반-브랜드 확보즉각적인 M&A보다 단계적 재편 … 현금흐름-R&D 격차가 변수
  • ▲ 제약·바이오 이미지. ⓒ연합뉴스
    ▲ 제약·바이오 이미지. ⓒ연합뉴스
    8월 약가산정체계 개편을 앞두고 중견·중소제약사의 사업구조 재편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수익성은 낮아지지만, 연구개발과 국내 생산역량을 갖춘 기업에 대한 보상이 강화되면서 대응 여력에 따라 기업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편의 출발점은 회사 전체 매각보다 비핵심 품목과 브랜드, 생산시설, 개발 우선순위에서 밀린 파이프라인 등 개별 자산의 이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정으로도 실적과 재무구조를 회복하지 못하면 사업부 양수도와 회사 단위 인수합병으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29일 보건복지부가 3월 확정한 개편안에 따르면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은 53.55%에서 45%로 낮아진다. 기등재의약품은 등재시기에 따라 연차별로 조정해 2036년까지 인하를 마무리한다.

    신규 제네릭은 혁신형 제약기업에 60%, 새로 도입되는 준혁신형 제약기업에 50%의 약가 가산을 최대 4년간 부여한다. 기등재의약품도 각각 49%, 47% 수준으로 조정한 뒤 4년과 3년의 특례기간을 부여한다. 신규 제네릭의 우대기간은 기본 1년이며 국내에서 생산하면 3년이 추가돼 최대 4년까지 보장된다.

    같은 제네릭을 판매해도 연구개발 역량과 국내 생산 여부에 따라 약가방어력이 달라지는 구조다. 제네릭을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 활용해온 중견·중소제약사에는 가격 조정을 넘어 사업모델 전환을 요구하는 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기등재의약품의 약가는 약 10년에 걸쳐 조정되지만, 신규 품목과 중장기 사업계획에는 더 빠르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상위 제약사는 기존 현금창출력과 신약 파이프라인을 활용할 수 있으나,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제약사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제네릭 품목을 늘리면 가격경쟁과 관리비용이 커지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면 단기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나빠질 수 있다.

    2025년 '경제학연구'에 실린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친 영향'을 보면 약가인하에 많이 노출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둔화했다. 대신 비급여의약품의 생산 비중은 늘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움직임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판매기여도가 낮은 브래드를 양도하고, 가동률이 떨어지는 공장은 매각하거나 위탁생산으로 돌릴 수 있다. 개발 우선순위에서 밀린 후보물질은 공동개발이나 기술이전, 프로그램 매각 대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급여 제네릭의 단순 품목 양수도는 제약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상속·합병을 제외한 품목 양수도 때 기존 상한금액 승계를 제한하고 동일제제 최저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관협의체에서는 시행시기를 내년 1월로 늦추는 방안도 논의됐다. 최종 확정 전이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일반의약품·비급여 브랜드와 파이프라인, 생산시설의 거래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 ▲ 강스템바이오텍 연구원이 줄기세포 배양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
    ▲ 강스템바이오텍 연구원이 줄기세포 배양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
    셀트리온은 2024년 '화이투벤'과 '알보칠' 등 일반의약품 4개 브랜드의 허가·상표권·재고자산 등을 동화약품에 372억원에 양도했다. 셀트리온은 투자이익을 회수해 핵심사업에 집중하고, 동화약품은 기존 일반의약품 사업을 보강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필요한 자산만 주고받은 사업 재편 사례다.

    개발 단계의 파이프라인도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2023년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 'ORM-6151' 프로그램을 BMS에 매각했다. 계약금은 1억달러, 전체 계약규모는 1억8000만달러였다. 통상적인 지역별 개발·판매권 이전을 넘어 후보물질 프로그램 자체가 인수된 거래다.

    국내 생산에 대한 약가 우대가 강화되면서 생산시설의 전략적 가치도 커질 수 있다. 다만 공장을 직접 보유해야만 우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국내 위탁생산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가동률이 낮은 시설은 매각하고 위탁생산으로 전환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반대로 자체 생산기반이 부족한 기업에는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시설과 제조기술을 갖춘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시간과 인허가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부광약품의 한국유니온제약 인수가 대표적이다.

    부광약품은 회생절차를 밟던 한국유니온제약에 300억원을 투입해 지분 75.14%를 확보했다. 한국유니온제약은 고형제와 액상·분말주사제, 세파계 항생제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이번 인수로 전체 생산능력을 약 30% 확대하고 기존에 없던 제형과 항생제 생산라인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뒤 생산 협력도 시작됐다. 부광약품은 한국유니온제약에 위탁한 일반의약품 '복합파자임정'을 6월 처음 출하했다. 기존 외부업체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피인수기업으로 옮긴 것으로, 회생 제약사의 생산시설을 그룹 내 제조기반으로 편입한 사례다.

    동성제약은 유암코-태광산업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반복된 적자와 경영권 분쟁, 채무불이행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총 16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받는 회생계획이 인가됐다.

    부광약품이 생산능력과 품목 확대를 위해 동종기업을 인수했다면 동성제약에는 구조조정 전문 투자자와 이종산업 기업의 자금이 유입됐다.

    태광산업은 석유화학·섬유 의존도를 낮추고 동성제약의 의약품·염모제 브랜드를 활용해 뷰티·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다. 인수 주체와 전략은 다르지만, 내부 조정만으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제약사가 회생절차와 회사 단위 인수합병에 이르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자산 거래와 기업 인수를 이번 약가개편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모두 최종 개편안 확정 전에 추진됐고 각 기업의 투자회수, 생산역량 확보, 사업다각화, 재무정상화라는 개별 목적에 따라 이뤄졌다. 약가개편에 따른 재편이 현실화할 경우 어떤 자산이 거래되고 회사 단위 인수합병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이번 개편이 국내 제약업계의 인수합병을 즉각 촉발한다고 단정하기도 이르다. 기등재의약품의 약가가 장기간에 걸쳐 조정돼 기업들이 품목구조와 비용을 손질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형·준혁신형 기업에 대한 차등보상은 시간이 갈수록 기업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 현금흐름이 약해지만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줄고, 이는 다시 우대 요건을 갖추기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재편은 비핵심 브랜드와 파이프라인, 생산시설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에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사업부 매각과 합병, 회사 전체 매각이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다. 반대로 현금 여력이 있는 기업에는 필요한 기술과 브랜드, 생산기반을 단기간에 확보할 기회가 된다.

    결국 관건은 약가인하 이후 기업들이 어떤 품목을 포기하고 연구개발과 생산역량을 어디에 집중하느냐다. 개별 자산의 이동이 누적되고 재무·연구개발 격차가 확대될 경우 회사 단위 인수합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 재편의 출발점은 회사 전체 매각보다 품목과 브랜드, 파이프라인, 생산시설 등 개별 자산의 이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거래가 누적되고 기업간 연구개발이나 재무 격차가 확대될 경우 사업부와 회사 단위 인수합병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제약산업 구조 변화를 가늠할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