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적 닷새 만에 잔금대출 예외, 총량관리 첫 균열1만2032가구 둔촌주공 이어 매교역까지 … '사후 보완' 반복영국·아일랜드는 예외도 규칙으로 … 한국은 현장마다 보완원칙보다 예외가 먼저 학습되는 시장 … 예측 가능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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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강화한 금융당국이 대통령 지적 닷새 만에 집단 잔금대출을 관리 실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출 공급을 먼저 조인 뒤 입주 차질이 불거지면 특정 단지부터 예외를 인정하는 '둔촌주공 공식'이 반복되면서 총량관리의 기준과 정책 예측 가능성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규제 시행 전 분양계약을 체결한 사업장의 집단 잔금대출을 은행별 가계대출 관리 실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첫 적용 대상인 경기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에는 5대 은행이 5000억원을 공급한다. 하반기 입주 예정 물량은 약 7만가구, 예상 잔금대출 수요는 26조원으로 추산된다.

    정책 전환은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이후 속도를 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계약 이후 바뀐 규제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진 사례를 지적하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공급을 촉진하는 금융에는 별도의 출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은행들이 총량 목표를 맞추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출까지 추가로 조였다고 설명하며 은행권 협의에 착수했다.

    현장의 병목은 이미 수치로 드러났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23일 기준 지난해 말보다 4조 5637억원 늘어 연간 관리 목표인 4조 3300억원을 넘어섰다. 은행들은 주택구입자금 한도 축소와 모집인 접수 중단, 영업점별 물량 제한으로 대응했다. 매교역 팰루시드에 먼저 배정된 하나은행 잔금대출 500억원은 접수 개시 3분 만에 소진됐다.

    비슷한 상황은 2024년 11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때도 나타났다. 전체 1만 2032가구, 일반분양 4768가구가 한꺼번에 입주를 앞둔 가운데 5대 은행이 처음 배정한 집단 잔금대출 한도는 9500억원에 그쳤다. 당시 단지 전체 잔금 규모는 최대 8조원 안팎으로 추산됐고, 은행권 공급액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2금융권으로 수요가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둔촌주공에서도 총량관리와 스트레스 DSR 강화,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이 겹치며 입주 예정자의 자금 조달 경로가 좁아졌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후 추가 취급 여력을 마련하며 입주 차질 우려를 낮췄다. 규제 시행 단계에서 대규모 입주 물량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가 대출 수요가 집중된 뒤 공급 한도를 조정한 구조가 이번 매교역 사례에서도 재현된 셈이다.

    잔금대출을 총량에서 제외하면 적용 범위를 둘러싼 기준도 필요해진다. 규제 이전 계약분만 인정할지, 중도금·이주비대출이나 향후 입주 단지까지 포함할지에 따라 은행별 관리 실적이 달라진다. 대상을 좁히면 단지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범위가 넓어지면 연간 증가율을 통제하려던 총량관리의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

    해외 주요국은 차주와 대출 목적별 한도를 규정에 미리 반영한다. 영국은 소득의 4.5배 이상인 주택대출이 신규 취급의 15%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 왔으며, 최근에는 개별 금융회사보다 시장 전체의 고배수 대출 비중을 15% 안팎에서 통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생애 최초 구입자의 소득 대비 대출한도를 연소득의 4배, 기존 주택 보유자는 3.5배로 차등화했다. 주거용 대출은 금융회사 취급액의 15%까지 해당 기준을 넘길 수 있도록 별도 여지도 뒀다. 뉴질랜드는 신규 주택 건설대출을 LVR 규제에서 제외했다. 고LVR 건설대출은 전체 주택대출의 약 1%에 불과했지만 주택 건설 활동의 약 12%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을 예외 설계의 근거로 삼았다.

    금융권에서는 실수요자 보호 여부보다 이를 총량규제 안에서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가 정책 지속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총량관리는 유지하되 잔금대출처럼 별도 관리가 필요한 영역은 처음부터 적용 대상과 한도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원칙과 예외가 반복해서 뒤바뀌면 시장은 규제가 아니라 또 다른 예외를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