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필수의료일수록 분쟁 노출판결문 인터넷 박제는 방어진료 부추겨내년 5월 형사처벌 완화 맞물려 논란미국 NPDB·영국 GMC식 전문 심사기구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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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생성이미지
"이 의사가 나를 살릴 만한 실력이 있는가. 혹시 과거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적은 없는가."수술실 문이 닫히고 마취가 시작되기 직전, 모든 환자와 보호자가 품는 이러한 질문 뒤에는 집도의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라는 현실이 존재한다. 소위 '명의'라 할지라도 환자 입장에서 그 의사의 과거 의료사고 확정판결 이력이나 중대한 과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지난 29일 국회에서 '의료사고 이력 공개' 토론회를 주최하며 의료법 개정안 발의에 나선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의 주장과 그의 상황이 주목받고 있다. 이 의원은 15세 때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다 의사의 과실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은 당사자다.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가 불과 한 달 전에도 다른 환자의 동맥을 손상시키는 사고를 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험은 "수술대에 오르기 전 최소한의 검증된 정보는 알아야 한다"는 입법 동기로 작동하고 있다.특히 내년 5월 시행을 앞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으로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책임이 일부 완화되는 제도적 변화와 맞물려 "의사의 형사책임을 줄여주는 만큼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할 보완 장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그러나 의료행위의 본질을 반추해보면 한계가 드러난다. 임상 현장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인체의 가변성을 동반한다. 특히 응급실과 수술실 최전선에서 고위험 중증 환자의 수술을 많이 집도하는 필수의료진일수록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가피한 결과나 민·형사상 분쟁에 노출될 확률이 구조적으로 비례해서 높아질 수밖에 없다.문제는 판결문 이력 공개가 '선의의 임상 과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진료 행위 도중 발생한 불가피한 과실까지 '사고 이력'이라는 이름으로 판결문 몇 줄에 담겨 인터넷에 박제된다면 어느 의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중증 환자를 위해 메스를 잡으려 하겠는가.이미 필수의료 현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사고 이력이 곧 '주홍글씨'가 되는 순간 의사들은 고위험 수술을 거부하는 방어진료를 선택하거나 위험도가 적은 비급여 개원가로 이탈할 수밖에 없다. 환자가 의사의 실력과 이력을 확인하려다 정작 나를 수술해 줄 필수의료진 자체가 사라지는 비극, 즉 '필수의료의 해체'라는 부작용이 현실화되는 것이다.시급한 과제는 의료범죄와 임상적 과실을 정교하게 구분하고 현장의 판을 어지럽히는 '파렴치 의사'부터 단호하게 걸러내는 면허 관리체계다. 마약류 오남용 및 불법 투약, 대리수술, 무면허 의료행위, 마취 상태 환자 대상 성범죄 등 비윤리적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을 현장에서 퇴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환자의 불안감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떄문에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임상적 사고까지 판결문 나열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제한적 접근으로 대처하고 있다.미국 NPDB(National Practitioner Data Bank)의 경우 의료사고 합의금이나 손해배상 지급 내역, 행정처분 이력 등을 통합 관리하되 이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고 병원 채용 및 자격 심사 기구에 제공해 전문가적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영국의 GMC(General Medical Council) 역시 '진료 적합성(Fitness to Practise)' 평가 체계를 통해 의사의 마약·성범죄나 중대한 과실을 전문가 심리 기구에서 엄격히 심사해 면허 정지 및 취소를 하지만 선의의 임상 과실이 인터넷에 박제돼 방어진료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길은 의료사고라는 주홍글씨를 일률적으로 찍는 데 있지 않다. 선량한 의료진에게는 방어막을 쳐주고 자율징계권과 면허심사기구로 환자를 파렴치한 범죄자부터 솎아내는 것. 이것이 알 권리라는 명분 속에서 정작 '나를 수술해 줄 의사'가 사라지는 비극을 막는 출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