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최소성능기준에 '안테나 최대운영풍속 40m/s' 적용FAA는 별도 풍속 기준 없고 ICAO는 27.8m/s 내구 조건 제시최근 해외 입찰 유사 사례 없어 … 글로벌 검증 제품 배제 우려
  • ▲ 제주항공 여객기와 함께 날아오르는 새 ⓒ연합뉴스
    ▲ 제주항공 여객기와 함께 날아오르는 새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국내 공항에 도입할 조류탐지레이더의 성능 기준으로 '최대운영풍속 40m/s' 조건을 적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기준과 해외 사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조건인 데다 정작 초속 40m의 강풍에서는 새가 날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탐지 성능보다 장비 구조에 따라 입찰 참여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진하는 조류탐지시설 구축사업의 구매설치규격서에는 안테나의 최대운영풍속을 40m/s 이상으로 요구하는 최소성능기준이 반영됐다. 앞서 국토부는 재작년 말 제주항공-무안공항 참사 이후 전국 민간 공항에 조류탐지레이더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 같은 최소성능기준을 마련했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장비 내구성을 판단하는 풍속 기준을 탐지 성능을 뜻하는 최대운영풍속으로 잘못 설정했다고 주장한다. 최대운영풍속은 해당 풍속에서도 안테나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며 조류 탐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태풍 등 강풍에도 장비가 물리적으로 파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최대 풍속' 또는 '생존 풍속'과는 개념이 다르다.

    실제로 국토부와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소성능기준은 국제기준과 차이가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조류탐지레이더 권고기준은 운영온도와 습도 등 환경 조건을 제시할 뿐 풍속을 별도의 성능 조건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국토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인용된 FAA 주요 요구사항에도 온도와 습도 조건만 있을 뿐 최대운영풍속은 없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아시아·태평양 야생동물위험관리 워킹그룹이 제시한 기술규격은 시스템이 시속 100㎞, 초속 약 27.8m의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역시 강풍 속에서 레이더를 정상 회전시키며 평소와 같은 탐지 성능을 내라는 조건이라기보다 장비의 환경 내구성에 가까운 기준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해외 발주 사례에서도 최대운영풍속 40m/s를 요구한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2년간 해외 공항과 군 비행장 등 40건 이상의 조류탐지레이더 입찰을 분석한 결과, 유럽 민간공항 한 곳이 17.1m/s를 제시했을 뿐 유럽 공군과 미국 공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킹샤카공항 등은 별도의 운영풍속 조건을 두지 않았다.

    문제는 해당 조건이 레이더 형식에 따라 유불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것처럼 최대운영풍속 기준을 과도하게 높이면 회전형 조류탐지레이더와 같은 주요 해외 제품 상당수가 조류 식별 능력이나 탐지거리, 오경보율과 관계없이 입찰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운영풍속 기준을 과도하게 설정하면서 정작 항공 안전에 직결되는 주요 성능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며 "국제기구와 주요 공항이 쓰지 않는 조건을 한국에서만 핵심 입찰 기준으로 요구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에는 조류탐지레이더 운영 사례가 없어 공항 항행안전시설 등 유사 레이더 기준을 참고한 것"이라며 "특정 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만들어진 기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만 매년 수백 건의 조류충돌이 발생하는 만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조류탐지레이더 도입이 국제적으로 검증된 탐지 성능보다 국내 형식적 기준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조류생태 전문가인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초속 40m면 새도 거의 날지 않고, 비행기도 운항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참사 이후 전 국민이 항공 안전에 예민해진 상황에서 우리만의 기준을 새로 만들려면 확실한 근거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