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385→5200선 추락…한달 만에 상승분 모두 반납이찬진, 삼전하닉 레버 ETF 출시 한달 만에 정책 실패 자인개인투자자 손실은 눈덩이인데 이억원은 "변동성과 무관" 선긋기예탁금 상향·신규 상장 중단·총량규제…'졸속' 긴급대책 비판 여론국민연금, 국내 비중 확대·회의록 비공개…증시 과열 책임론 대두정청래도 "거래중단 결단해야"…정책 오판·감독 실패에 李정부 책임론 확산
  • ▲ ⓒ뉴데일리.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와 이재명 대통령.
    ▲ ⓒ뉴데일리.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와 이재명 대통령.
    주식시장에서 '9000피' 달성 축포를 쏘아 올린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코스피가 반토막났다.

    이재명 정부에서 국내 투자를 유도해 한국 증시를 부양하겠다며 야심차게 드라이브를 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장롱 속 쌈짓돈까지 영끌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수십조원의 손실을 떠안겼다.

    글로벌 시장에서 불어닥친 AI 거품론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악재도 영향을 미쳤지만 투자자들과 시장에서는 충격을 키운 가장 큰 원인은 현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고위험 상품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 역할을 확대하다가 시장이 무너지자 뒤늦게 규제를 강화하는 등 경제·금융당국의 정책 대응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여전히 갈피를 못잡고 5500~57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변동성 장세를 연출 중이다. 전날에는 코스피가 장중 12% 넘게 폭락하면서 5262.77까지 밀렸고 한국 증시 사상 최초로 2거래일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이라는 흑역사를 썼다. 불과 이틀 만에 코스피 지수는 1000포인트 이상 빠졌고 1200조원이 증발했다.

    코스피가 지난 6월19일 장중 9385.59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할 때 고점에서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 대부분은 막대한 손실에 직면한 상황이다. 6월 말 8476.48이던 지수는 7월 들어서만 30% 넘게 빠졌다. 정부가 자본시장 정책의 성과로 내세웠던 상승분 상당 부분이 한 달여 만에 사라진 셈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을 믿고 쌈짓돈은 물론 빚까지 내 주식에 몰빵한 이들이 적지 않아 향후 엄청난 후폭풍과 부작용이 예고되고 있다.

    ◆ 해외 유출 자금 잡겠다며 고위험 ETF 졸속 허용…"아마추어식 경제 정책이 국민 사지로 내몰아"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상승장에서 위험 요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채 증시 부양에 속도를 냈던 정부 정책의 후폭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월 금융투자업계 비공식 간담회에서 해외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있지만 국내에는 없다는 취지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자금을 국내 시장에 붙잡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논리였다.

    이후 4개월여만에 정부가 상품 출시의 문을 열자 자금은 폭발적으로 몰렸다. 지난 5월27일 출시된 16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시가총액은 4조4000억원에서 지난 7월15일 11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상승장에서 몸집을 키운 레버리지 상품이 하락장에서 시장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질수록 ETF가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추가 매도에 나서고, 이 물량이 다시 기초자산을 끌어내리면서 추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출시 한 달 만에 나온 금융당국의 후회

    정책 실패 논란을 키운 것은 금융당국 수장들의 뒤늦은 입장 변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22일 "효과가 크지 않았던 반면 부작용은 너무 커진 부분이 있다"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이 출시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금융소비자 보호를 책임지는 감독당국 수장이 사실상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사전에 위험성을 걸러내야 할 감독당국이 상품 출시를 막지 못한 채 피해가 현실화한 이후에야 후회를 내놓은 것은 감독 실패에 가깝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금융위원회의 판단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위는 지난 7월8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시장 변동성이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코스피가 폭락하자 입장이 달라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 시장 변동성과의 연관성에 선을 긋던 금융당국이 폭락 이후 위험성을 인정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보다 문제가 터진 뒤 뒤따라가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정책 신뢰까지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풀어줄 땐 언제고 폭락하자 총량규제…'졸속' 긴급대책 비판 확산

    정부의 대응은 시장이 무너진 뒤 급격히 규제 강화로 돌아섰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은 지난 29일 오후 7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F4 회의)를 열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개인별 투자 한도를 총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총량 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기본예탁금을 1000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응을 두고 전형적인 '뒷북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승장에서는 규제를 풀어 상품 규모를 키워놓고 폭락장이 찾아오자 개인투자자의 진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돌아선 만큼 정책 실패의 비용을 투자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급락 이후 긴급회의를 열고 총량 규제까지 꺼내 들면서 정책이 시장 상황에 따라 급조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험 상품을 허용할 당시 충분한 스트레스 테스트와 하락장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면 시장이 무너진 뒤 긴급회의를 열어 규제를 덧붙이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김용범 실장도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이미 10조원 이상으로 커져 상장폐지는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한 상품이 이제는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부작용이 나타나도 쉽게 손대기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내부에서도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한 지상파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중단을 제안하며 "주식 하시는 분들은 '아무도 우리를 돌보지 않는다'는 느낌이라고 한다"며 "이럴 땐 정치적·정무적으로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 된다.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 국민연금까지 증시 부양 동원…리스크 전방위 확산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도 정부 책임론을 키우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해외주식 목표비중을 낮추고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높였다. 동시에 관련 포트폴리오 재검토 과정이 담긴 회의록은 투자전략 노출을 이유로 2030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국민 노후자금의 국내 증시 역할을 확대하면서 정작 의사결정 과정은 장기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정권의 증시 부양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연기금의 리밸런싱 유예와 국내주식 비중 확대가 상승장에서 매도 압력을 늦추면서 시장 과열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증시가 상승할 때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앞세우는 데 집중한 나머지 과열을 경고하고 위험을 관리해야 할 리벨런싱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결국은 李정부의 엄연한 정책 실패…책임은 누가지나

    책임론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 판단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시장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불안정을 키웠다는 비판이 있다"며 보완대책 마련 필요성을 인정했다.

    정부가 직접 규제를 풀어 상품 출시의 길을 열었고, 감독당국 수장은 출시 한 달 만에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금융위는 시장 변동성과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가 폭락 이후 변동성 확대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했고,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 보완대책을 주문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규제를 풀고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했지만, 하락장이 시작된 뒤에는 예탁금 인상과 신규 상장 중단, 총량 규제까지 잇달아 꺼내 들었다. 정책의 방향이 불과 몇 달 사이 정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정부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정부가 직접 허용하고 키운 제도가 시장의 변동성을 얼마나 증폭시켰는지는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며 "상승할 때는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폭락한 뒤에는 외부 변수만 이야기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을 만든 쪽은 입장을 바꾸고 규제를 보완하면 끝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 계좌에 남는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증시 조정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판단과 금융당국의 감독 능력 전반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