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획 과정서 의견 수렴 … 해외 조류레이더 업체는 '디텍트' 유일한서대, 연구 전 디텍트와 MOU … 로빈 등 주요 기업 기술 비중 축소연구결과, 최소성능기준·인천공항 입찰로 연결 … "이해관계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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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서대학교 태안캠퍼스의 디텍트 항공기 조류 충돌 방지 레이더 ⓒ디텍트
국토교통부 조류탐지레이더 성능 기준의 토대가 된 연구용역이 특정 해외 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계 시장에서 복수의 전문기업이 경쟁하고 있는데도 기술규격 의견수렴 과정에는 사실상 한 업체만 참여했고, 해당 업체는 연구에 참여한 한서대학교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특수관계였기 때문이다.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서대컨소시엄은 지난해 국토부가 조류탐지레이더 성능 기준을 정하기 위해 발주한 '공항 조류충돌 예방 강화를 위한 첨단장비 도입 방안 마련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해당 용역은 재작년 말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최초 원인이었던 항공기와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이 연구에서 현재 업계의 논란이 되고 있는 '최대운영풍속 40m/s' 조건이 제시됐고, 이는 곧 국토부 정책과 인천국제공항 조류탐지레이더 입찰 조건으로 이어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글로벌 기준에서는 조류탐지레이더에 대한 최대운영풍속 기준을 따로 두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이 같은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업계에선 이 조건이 곧장 특정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빈(Robin) 제품은 패널 4개를 이어붙인 타사 고정형 제품과 달리 패널 1개가 회전하는 구조여서 '최대 풍속'(생존 풍속)은 40m/s이지만 최대운영풍속은 17.1m/s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서대가 마련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글로벌 기업의 레이더조차 국내 공항 입찰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반면 디텍트(DeTect)를 비롯한 고정형 레이더의 경우 최대운영풍속이 50m/s를 웃돌아 입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해당 연구는 기업 간 편향성 논란을 낳고 있다. 특정 업체에 불리한 최대운영풍속 조건이 제시됐지만, 정작 그 근거나 배경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특히 보고서에서 국내 도입 가능한 제품으로 디텍트와 액시피터(Accipiter) 제품을 주로 소개한 반면, 해외 공항·군 시설에서 다수의 실적을 보유한 경쟁사 로빈 제품에 대한 기술·운용 분석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한서대 주요 관계자가 참여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공항 조류탐지 및 한국형 조류관리 핵심기술개발 기획 최종보고서'에서도 유사한 의혹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2025년 2월 조류탐지레이더 기술규격과 검증·인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기관·업체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당시 회의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루프시스템,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디텍트 등이 참여했다.그러나 이 가운데 다수는 드론 또는 일반 레이더 기술을 주력으로 하는 기관이었고 공항용 조류탐지레이더 전문 제작사로 회의에 참여한 곳은 미국 디텍트가 사실상 유일했다. 특히 보고서에는 디텍트 측이 20여 년의 연구 경험과 FAA 규격 제정 참여 이력 등을 설명한 내용이 담긴 반면, 세계 공항시장에서 다수의 운용 실적을 보유한 로빈과 캐나다 액시피터는 같은 방식의 대면 의견수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
- ▲ 디텍트가 한서대와 MOU를 맺은 이후 제품 홍보 포스터에 자사 제품의 최대운영풍속 수치(51m/s)를 명시한 모습 ⓒ제보자 제공
연구 과정에 참여한 한서대가 디텍트와 MOU를 맺은 사실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서대는 2024년 디텍트와 조류탐지레이더 관련 협력 MOU를 체결했고, 이후 태안비행장에 디텍트 장비를 설치해 시험 운영을 추진했다. 실제 연구보고서에도 한서대 태안비행장에 미국 디텍트의 2D·3D 조류탐지레이더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대학과 민간기업의 산학협력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특정 업체와 조류탐지 분야 학술·기술 활동을 함께 수행하는 협력 관계에 있는 대학이 국가 연구용역에 참여하면서 해당 업체의 의견만 기술규격 수립 과정에 직접 반영됐다면 연구의 객관성과 이해충돌 관리가 충분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당시 업계에서는 연구진에 로빈, 액시피터, 디텍트 등 주요 업체를 동일 조건에서 비교하고 제조사별 자료와 국내외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업계 일부에서는 한서대에 디텍트 레이더가 운영되는 시점에 타사 레이더도 같은 학교에서 함께 운영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나아가 디텍트사는 한서대와 MOU를 맺은 이후 제품 홍보 포스터에 자사 제품의 최대운영풍속 수치(51m/s)를 명시해 업계의 의심을 사고 있다. FAA·ICAO 등 글로벌 기준은 물론 유럽 공군과 미국 공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킹샤카공항 등 대부분의 공항에서도 별도의 운영풍속 기준을 두지 않는데 유독 이 수치를 홍보 문구에 넣은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이와 관련, 한서대컨소시엄 핵심 관계자는 "풍속 조건을 비롯한 연구 결과는 항공안전을 위한 보수적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항행안전시설 설치기준의 레이더 운영 기준, 타 교통 분야 레이더 운영 기준, 업계 및 연구계를 포함한 의견 수렴을 통해 결과가 산출됐다"고 설명했다.다만 업계에서는 한서대 연구 결과가 국토부의 최소성능기준과 인천국제공항 입찰 조건으로 이어진 만큼, 연구 과정의 공정성과 이해충돌 여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연구는 특정 기업의 장비가 아니라 국제기준과 실제 공항 운용 실적을 중심으로 규격을 만들어야 한다"며 "MOU 관계와 의견수렴 대상, 업체별 제출자료, 연구진의 이해관계 공개 여부를 전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