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삼천당제약 사태 계기 임상-기술이전 공시 기준 전면 손질계약금-마일스톤-장래 매출 구분 … '조 단위 계약' 착시 차단연구개발 이력 관리 강화 … 투자자 정보 신뢰성-공시 투명성 제고영업비밀 노출-규제 강화 우려도 … 바이오 생태계 위축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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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천당제약. 사진=성재용 기자. 260406 ⓒ뉴데일리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체계를 전면 손질했다. 올해 상반기 삼천당제약 사례를 계기로 불거진 공시 신뢰성 논란 속에서 투자자가 연구개발 성과와 기술이전 계약의 실질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IPO 증권신고서부터 정기·수시공시, 언론보도 기준까지 전반적인 개선에 나선 것이다.계약총액과 장래 시장 규모만 앞세우던 기존 공시 관행에서 벗어나 계약금과 조건부 마일스톤, 연구개발 진행 상황, 허가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면서 업계에서는 공시 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다만 기술이전 계약 과정에서 파트너사의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바이오 투자와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산업 활성화보다 규제 강화에 무게가 실렸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3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방안'을 발표했다.임상시험과 기술이전, 연구개발 성과가 시장에서 과도하게 해석되거나 공시와 언론보도간 정보 차이로 투자자 혼란이 반복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개선안은 IPO 증권신고서와 정기·수시공시는 물론 제약·바이오 언론보도 가이드라인까지 포함해 공시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이번 개편의 배경에는 올해 상반기 삼천당제약 사례가 있다. 삼천당제약은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 기대감과 대규모 계약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올랐지만, 계약 상대방과 계약 이행 조건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사업 실체와 수익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특히 조 단위 규모의 장래 영업실적 전망을 정식 공시가 아닌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하면서 공시 신뢰성 논란이 커졌다. 한국거래소는 영업실적 전망 정보를 공정공시하지 않았다고 판단, 4월 삼천당제약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삼천당제약 주가는 연초 이후 300% 넘게 급등했지만, 각종 의혹과 불성실공시 지정 논란이 이어지면서 사흘 만에 절반 수준까지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한때 120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이날 기준 14만24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공시 자체보다도 계약의 경제적 실질과 사업화 가능성을 판단할 핵심 정보가 부족할 경우 시장의 기대와 추측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이에 따라 금감원은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 가정을 표준화하기로 했다.앞으로는 증권신고서에 예상 시장 규모와 임상 성공 확률, 품목허가 위험, 개발기간 및 단계별 비용 등을 구분해 기재해야 한다. 전체 시장과 실제 목표 시장을 구분해 제시하고, 임상 성공 확률도 논문과 기존 통계 등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산정하도록 했다. 품목허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상업화에 필요한 비용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
- ▲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 신뢰성을 높이고 일반 투자자가 공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
기술이전 공시도 대폭 강화된다. 기업은 계약총액을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 등으로 구분해 각각의 지급 조건을 설명해야 한다. 투자자가 당장 확보한 수익과 향후 임상·허가·판매 성과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수익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계약 상대방을 비공개하더라도 기업 규모와 사업 역량 등 계약의 실질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정기공시에는 '연구개발 이력 관리 총괄표'가 신설된다. 기업은 과거 공개한 파이프라인의 개발 완료와 중단, 기술이전, 품목허가 여부 등을 지속해서 공개해야 하며 개발 일정이 지연된 경우에는 그 원인과 향후 계획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수시공시 역시 임상 결과와 전문용어를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손질될 예정이다.언론보도 기준도 강화된다. 중요 정보는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해야 하며 공시되지 않은 중요 정보를 보도자료에 추가하거나 공시 내용과 다른 내용을 전달해서는 안 된다. 과장되거나 주관적인 표현 대신 객관적인 사실과 수치에 근거해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계약 규모보다 실제 계약금과 임상 진척도, 연구개발 역량 등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제시한 연구개발 계획과 기술이전 목표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공시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공시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번에 담긴 내용 역시 업계에서 오랫동안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온 사안"이라고 말했다.다만 정윤택 원장은 산업 활성화보다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그는 "최근 코스닥 시장은 바이오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한 상황"이라며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산업 특성을 반영한 지원책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어 "최근 기술이전 계약이 공동 연구개발과 비용 분담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획일적인 공시 기준을 적용하면 계약 가치나 연구개발 성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도 우려한다.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 상대방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회사 규모와 사업 역량, 계약 조건 등을 종합하면 파트너사를 유추할 수 있다"며 "글로벌 파트너 입장에서는 공개되는 정보 자체가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어 국내 기업과의 계약 협상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