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신약 허가 불발 뒤 주가 이틀 만에 49.6% 급락HLB생명과학, 대출 120억→84억원 … 담보 250만→342만주1200억 유증 배정분 절반만 청약 … 합산 지분율 20.93→18.35%발행가 하락시 모집액도 감소 … 향남 신공장-연구개발 조정 가능성
  • ▲ HLB생명과학 안성2공장. ⓒHLB생명과학
    ▲ HLB생명과학 안성2공장. ⓒHLB생명과학
    HLB의 간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문턱을 세 차례나 넘지 못하면서 후폭풍이 HLB제약 최대주주인 HLB생명과학까지 번지고 있다.

    허가 불발로 HLB제약 주가가 이틀 만에 반토막이 나자 HLB생명과학이 담보로 제공한 HLB제약 주식도 대폭 늘었다. 대출금액이 30% 줄어든 가운데 담보주식이 37% 증가하면서 전체 보유분의 65%가량이 묶였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HLB생명과학은 HLB제약 주식 342만8238주를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에서 84억원을 대출받고 있다. 이자율은 6.0%, 담보유지비율은 250%다.

    종전에는 HLB제약 주식 250만주를 담보로 120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달 13일 계약이 변경되면서 대출금액은 36억원 줄었지만, 담보주식은 92만8238주 늘었다.

    담보계약이 변경된 시점은 HLB의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세 번째 FDA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직후다.

    HLB제약 주가는 CRL 수령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달 9일 1만2240원에서 10일 8570원으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13일에도 28.0% 하락한 6170원에 마감하면서 2거래일 만에 49.6% 떨어졌다.

    공시에는 담보계약 변경 원인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 다만 주가가 반토막 난 직후 대출금액은 줄고 담보주식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계약조건이 변경됐다.

    변경된 담보주식은 HLB생명과학이 보유한 HLB제약 주식 529만8406주의 64.70%에 해당한다. 종전 담보 비중 47.18%보다 17.52%p 높아졌다.

    공시된 산식에 지난달 13일 종가를 적용하면 당시 담보비율은 약 251.8%다. 담보주식 342만8238주에 종가 6170원을 곱한 뒤 대출금 84억원으로 나눈 수치다. 담보유지비율 250%를 1.8%p 웃도는 수준이다.

    이후 주가가 반등하면서 당장 담보 부족 부담은 완화됐다. 지난달 31일 종가 8150원을 적용한 담보비율은 332.6%다.

    HLB제약은 HLB생명과학이 보유한 나머지 주식을 추가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담보유지비율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HLB생명과학도 현재 HLB제약 지분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HLB생명과학의 자금 여력이 HLB제약 유상증자 참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HLB제약은 보통주 1076만2332주를 발행하는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증을 추진하고 있다. 신주 발행 규모는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32.81%다.

    최대주주인 HLB생명과학에는 신주 173만8577주가 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HLB생명과학은 이 가운데 50%인 86만9289주만 청약하기로 했다.

    HLB생명과학의 자금 사정도 빠듯하다. 1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8억원에 그쳤고, 유동비율은 50.6%에 불과하다. 1분기 영업활동에서도 68억원의 현금이 순유출됐다.

    HLB생명과학은 6월8일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전환사채(CB) 100억원을 발행했다. 조달 목적은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이었다. 그러나 5월29일과 6월18일 기존 CB를 만기 전에 취득하면서 원리금 합계 67억을 자기자금으로 지급했다.

    HLB제약은 투자설명서에서 HLB생명과학의 기존 CB 상환 부담과 계열사 투자,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고려하면 배정물량 전부를 청약하기에는 유동성 여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유증이 완료되면 HLB생명과학의 HLB제약 지분율은 16.15%에서 14.16%로 2.00%p 낮아진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도 20.93%에서 18.35%로 2.59%p 하락할 전망이다.

    HLB제약은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유증 이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이 2023년 말 코스닥 상장사의 평균 최대주주 우호지분율 39.93%보다 21.58%p 낮아진다는 점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추가 자본조달이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가 이뤄지면 지분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 ▲ HLB. ⓒ뉴데일리 DB
    ▲ HLB. ⓒ뉴데일리 DB
    게다가 유증을 통해 확보할 자금도 애초 계획한 12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정 발행가액은 1만1150원이지만, 지난달 31일 종가는 8150원으로 26.9% 낮다. 발행주식 수가 고정돼 있어 최종 발행가액이 하락하면 실제 모집금액도 줄어드는 구조다. 이 경우 시설투자자금 마련에 차질이 발생하고 보유 현금을 애초 계획보다 많이 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달자금의 사용계획은 경기 화성시 향남 신공장 건설과 시설·장비 도입에 550억원, 연구개발과 원부자재·외주가공비에 500억원, 단기차입금 상환에 150억원이다.

    모집금액이 계획에 미달하면 시설자금, 연구개발비, 차입금 상환, 원부자재·외주가공비 순으로 집행한다. 실제 조달 규모에 따라 시설·제품 개발 투자시점을 조정하거나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향남 신공장은 HLB제약의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3억정에서 최소 7억정으로 확대하기 위한 시설이다. 기존 남양주 공장은 포장공정 가동률이 2025년 기준 91.27%에 달하지만, 그린벨트와 임차 부지 문제로 증·개축이 쉽지 않다. 향남 신공장의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승인과 양산 개시는 2028년 10월로 예정됐다.

    연구개발비 250억원은 개량신약과 퍼스트제네릭,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HLB제약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2028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현금으로 부족한 투자금을 충당하기도 쉽지 않다. HLB제약의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3억원인 반면 단기차입금은 150억원에 달한다. 1분기 매출은 656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57%에 불과하다.

    이번 유증은 잔액인수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주주 청약과 일반공모 이후 남은 주식은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 한양증권이 인수한다.

    다만 인수단이 실권주를 떠안을 경우 HLB제약은 실권주 인수금액의 20%를 추가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인수단이 취득한 주식이 신주 상장 전후 매물로 나오면서 주가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LB제약은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허가 이후 국내 품목허가와 급여 등재를 거쳐 새로운 매출원으로 키울 계획이었지만, 세 번째 CRL로 국내 직접판매 매출 발생마저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HLB 측은 FDA와의 타입A 미팅 결과를 토대로 재제출 범위와 일정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재제출 이후 심사기간은 FDA가 클래스1으로 분류하면 통상 2개월, 클래스2는 통상 6개월이 소요된다.

    HLB제약 유증 최종 발행가액은 9월7일 산정된다. 구주주 청약은 9월10~11일, 일반공모는 15~16일 진행되며 납입일은 18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RL이 담보계약 변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가 급락 직후 담보주식이 늘어난 만큼 최대주주의 재무 부담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유증 배정물량의 절반만 청약하기로 한 것도 자체 유동성과 기존 자금 소요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유증의 경우 잔액인수 방식이기 때문에 모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최종 발행가가 낮아지면 실제 조달액은 계획보다 줄어든다. 향남 신공장 투자를 우선하더라도 연구개발과 차입금 상환 등 후순위 자금 집행은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