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완화·미일 공조, 1500원 환율 한 달 새 130원 하락트럼프·베선트발 달러 약세 … 원화 강세 이끈 대외 변수신현송 긴축 명분 일부 완화 속 명목성장은 여전히 변수달러 수요·엔캐리 청산 … 원화 강세 지속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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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는 잠잠해졌고 엔화는 반등했다. 트럼프와 베선트가 촉발한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화로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로 내려오면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긴축 전략도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 초반 142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장중 1418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전날 1446원으로 일부 되돌렸지만, 7월 하락률은 8.81%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10.88%)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나타냈다.한때 1550원 선을 위협했던 환율이 한 달 새 130원 넘게 내려오면서 외환시장뿐 아니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베선트는 엔화 … 환율 뒤집은 두 카드환율 흐름을 바꾼 첫 번째 축은 중동 정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문제에 대한 협상이 성사됐고, 이어 핵 문제, 혹은 이란의 비핵화라고 부를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과의 협상 재개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4% 넘게 하락했고, 달러인덱스도 99.69까지 내려왔다.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지면서 달러 강세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미국과 일본의 엔화 방어 공조는 원화 강세에 또 다른 동력이 됐다. 양국이 엔저를 막기 위해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미국은 뉴욕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엔화를 매수했고 일본도 이틀 연속 시장에 개입했다. 달러·엔 환율은 7월 한때 163.90엔까지 치솟았다가 공조 이후 157.20엔대로 내려왔다.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금요일 이뤄진 외환시장 공조 조치는 엔화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필요할 경우 추가 공동 개입에 참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엔저를 단순한 환율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과 제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판단하면서 정책 공조도 이전보다 강화되는 분위기다.국내 수급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이 유입됐고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도 늘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까지 겹치면서 원화는 주요 아시아 통화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중동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위험선호 회복은 원화 강세 압력을 키우는 변수"라며 "다만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해외 주식 투자 관련 달러 수요가 환율 하단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 ▲ 왼쪽부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가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 ⓒ연합
◆ 신현송의 새 셈법 … 명목성장이 흔든 긴축 공식환율 변화는 신현송 총재의 통화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리며 3년 6개월 만에 긴축 사이클을 재개했다. 신 총재는 최근 물가뿐 아니라 명목성장률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하는 통화정책을 강조해 왔다. 당시 1500원 안팎의 고환율과 가계대출 증가, 자산시장 과열이 긴축 재개의 핵심 배경으로 꼽혔다.환율이 1420원대로 내려오면서 수입물가 부담은 이전보다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서둘러 올려야 한다는 압박도 일부 줄어드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번 환율 하락이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낮춰줄 수 있는 변수라는 해석도 나온다.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환율은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보다 현재 수준 부근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환율 구조가 완전히 해소됐다기보다 평균 수준 자체가 이전보다 한 단계 높아진 만큼 통화정책도 환율 흐름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환율뿐 아니라 미국 통화정책 여건도 긴축 압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변하고 분위기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하락하면서 CME 페드워치 기준 7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확률은 하루 만에 41.7%에서 15.5%로 낮아졌다. 증권가에서는 연준의 긴축 압력이 완화되면 한은의 연속 인상 부담도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환율이 곧바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과정에서 아시아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 있고,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도 달러 수요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개입 효과는 일시적이며 앞으로 몇 주 안에 개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외환시장은 당분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통화정책, 글로벌 자금 흐름이 환율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재 역시 환율 움직임만을 근거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기보다 명목성장과 금융안정, 자산시장 흐름 등을 함께 고려하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