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무회의 앞두고 청와대 앞서 자보연 규탄 집회"상해 12~14급, 디스크·연골 파열도 포함 … 보험사가 등급 매겨"인적담보 보험금은 줄고 물적담보는 늘어 … 애먼 피해자에게 전가
  • ▲ ⓒ자동차보험환자치료권익연대
    ▲ ⓒ자동차보험환자치료권익연대
    정부가 교통사고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고 합의금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자 환자와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며 연일 거리로 나서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실질적 원인은 고가 수입차 등의 물적 할증(수리비)에 있음에도, 극소수에 불과한 병원 과장청구를 핑계로 전체 피해자의 정당한 치료권을 박탈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보험환자치료권익연대(이하 자보연)는 지난 2일 오후와 3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의사와 교통사고 피해 시민 등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는 4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 시행세칙의 상정 중단 및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자보연에 따르면, 정부 개정안의 핵심 명분으로 꼽히는 '병원 과잉청구'는 전체 보험사기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보험 보험사기 적발 인원 중 '병원의 치료비 과장청구' 인원은 2022년 1,029명(1.8%), 2023년 940명(1.4%), 2024년 627명(1.0%)으로 오히려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보연 측은 "이를 두고 연간 교통사고 환자 약 170만 명의 0.04%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소수의 일탈이라며 이를 이유로 환자 전체의 치료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 "특정 한방병원 수사 역시 과거 8건이 불송치된 바 있다.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수사를 제도 개정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상해등급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희원 자보연 대표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이나 무릎 연골 파열, 힘줄 완전 파열 등 심각한 손상을 입더라도 수술을 받지 않으면 대부분 12~14급으로 묶인다"고 지적했다. 

    등급표에 적힌 명칭이 경상일 뿐 결코 가벼운 상해가 아님에도, 전체 피해자의 94.4%가 경상으로 분류되는 현실에서 그 등급의 최종 확정 주체가 보험금을 지급할 보험사라는 점은 심각한 구조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특히 현행 상해등급표는 2014년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아 항목이 248개에 불과하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370여 개의 진단 항목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상해등급 개편 연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객관적 진단 기준이 확립되기도 전에 환자의 치료 기간부터 8주로 옥죄는 것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자보연은 자동차보험 적자의 진짜 주범이 환자의 치료비가 아닌 대물배상과 렌터카 비용 등 물적 담보의 급증에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범퍼 교환 및 수리에 들어간 비용만 1조 3,578억 원으로, 전체 자동차보험 수리비 7조 8,423억 원의 무려 17%를 차지한다.

    2021년 대비 2025년 기준 사고당 인적담보 보험금은 약 3.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 반면, 물적담보 보험금 지표는 약 1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을 치료하는 돈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는데 수입차 등 고가 차량을 고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 보험사 손해율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교통사고 피해자 김모 씨는 "수입차 범퍼값 때문에 생긴 손해를 왜 억울하게 다친 피해자에게 전가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