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개월간 협상 … 타결-협상 지속 여부는 불확실합산 기업가치 4000억달러 … 성사시 시총 기준 세계 4위타그리소-임핀지-엔허투에 옵디보 결합 … 항암제 지형 재편美 반독점 심사-英 정치권 반발 변수 … 양사는 공식 입장 없어
  • ▲ 아스트라제네카 영국 케임브리지 본사. 260212 ⓒ뉴시스
    ▲ 아스트라제네카 영국 케임브리지 본사. 260212 ⓒ뉴시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합산 기업가치 4000억달러(약 577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합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성사되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4위 제약사가 탄생하지만, 협상이 현재도 진행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BMS는 최근 수개월 동안 양사 합병 가능성을 논의했다. FT는 협상이 진전된 것으로 전했지만, 타결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별도 취재를 통해 양사가 예비 협의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현재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관련 논평을 거부했고, BMS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시총은 약 1960억파운드(약 382조원·2640억달러), BMS는 약 1330억달러(약 192조원)다. 단순 합산하면 기업가치가 약 4000억달러에 이른다. FT는 합병회사가 출범하면 시총 기준 세계 4위 제약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양사가 합병비율과 인수 주체, 대금 지급방식 등 구체적인 거래구조에 합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 계약이 체결된 단계가 아닌 만큼 '합병 추진'보다 '합병 논의'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합병의 핵심은 미국 시장과 항암제 포트폴리오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매출 8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미국에서 사업 기반을 확대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제약사인 BMS와 합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지 판매망과 연구개발 기반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최근 뉴욕증시 상장 지위를 강화한 것도 미국 자본시장과 사업 비중을 확대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BMS는 주력 의약품의 특허 만료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혈액응고억제제 '엘리퀴스'와 면역항암제 '옵디보', 다발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 등 기존 블록버스터 제품의 매출 감소를 대체할 신약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양사가 합치면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도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폐암치료제 '타그리소'와 면역항암제 '임핀지', 다이이찌산쿄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를 보유하고 있다. BMS는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옵디보'를 비롯해 항암·혈액질환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반대로 겹치는 항암제 사업은 합병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임핀지와 옵디보는 폐암을 비롯한 여러 암종에서 경쟁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반독점 당국이 시장경쟁 제한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 심사 과정에서 일부 의약품이나 후보물질의 매각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내 정치적 반발도 변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을 대표하는 제약기업으로, 합병 이후 본사와 사업 중심이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을 사실상 인수하는 구조가 되더라도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영국 내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는 2014년 화이자가 제시한 약 700억파운드 규모의 인수안을 거부한 뒤 항암제와 희귀질환사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1년 희귀질환 전문기업 알렉시온을 390억달러에 인수했다.

    BMS도 2019년 셀진을 740억달러에 인수하며 항암·혈액질환 사업을 확대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양사가 각각 진행했던 알렉시온과 셀진 인수를 넘어서는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 가운데 하나가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양사가 합병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사실뿐이다. 거래구조와 협상 지속 여부가 공개되지 않았고 규제나 정치적 부담도 큰 만큼 실제 계약 체결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