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돈 먹는 하마' 신세시가 40억 보유세 968만원서 1820만원으로 종부세만 따지면 4~5배 폭증하기도 현금 부족 집주인 '조세전가' … 세입자, 살던 집서 쫓겨날 판 은퇴 고령자 이사·다운사이징 … 매물 나와도 실수요자 그림의 떡'덜 똘똘한 한 채' 수요 늘 수도 … 공급 막히자 '文 정부' 규제 재탕
  •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고가주택 소유주에 대한 '세금 폭탄'이 현실화됐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대통령 공약은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함께 이미 공수표가 된 지 오래이고 이제는 보유세마저 줄인상을 앞두고 있다. 세제 개편안을 두고 '집값 잡기가 아닌 거래 정상화와 시장 안정 목적'이라는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되려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는 역풍만 키운 꼴이 됐다.

    곤두박질친 정책 신뢰와 별개로 세제 개편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과도한 세 부담이 매물 잠김과 임대차 시장 불안,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이미 문재인 정부 때 입증됐다. 막대한 세 부담에 은퇴 고령층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고 과세를 피하기 위한 다운계약 등 불법행위가 횡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규제 일변 정책을 내놓다 자멸한 문 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3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기존 60%에서 70~80%로 10~20%포인트(p) 높이고, 세율 체계를 주택수에서 주택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보유와 거주로 구분됐던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세액공제도 거주공제로 일원화한다.

    또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현행 보유 최대 40%·거주 최대 40%에서 거주 80%로 전환하는 한편 다주택자가 2년 이상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 양도세 중과를 최장 2028년까지 한시 완화한다.

    실거주 중인 30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주택은 공제 혜택을 늘려주고, 반대로 비거주 및 4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세 부담을 늘려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전월세 매물 잠김·가격 폭등 불보듯 … 세입자에 세금 떠넘기기

    하지만 맹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전·월세 시장 불안과 세입자에 대한 조세 전가다. 정부의 과도한 실거주 집착이 매물 부족과 전·월세값 폭등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세제 개편안을 보면 같은 1가구 1주택이라도 '비거주 소유주'의 세 부담이 훨씬 크다. 예컨대 1가구 1주택 비거주 기준, 시가 20억원(공시가 15억원) 아파트를 가진 60세 소유주라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이 기존 370만원에서 495만원으로 125만원 증가하게 된다.

    같은 조건에 시가 25억원 아파트 소유주는 445만원에서 620만원으로 175만원, 30억원 소유주는 573만원에서 907만원으로 334만원 뛴다. 

    시가 4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보유세가 968만원에서 182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등하게 된다.

    특히 종부세만 따지면 지역별로 최고 4~5배 이상 폭증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주택을 10년 보유한 1세대 1주택 60세 비거주자 경우 시가 20억원 주택 보유시 현재 27만6000원의 종부세가 부과되지만 세제 개편 이후인 2027년 114만원, 2028년엔 152만원으로 증가한다. 세율 체계와 공제 한도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바뀌면서 종부세 부담이 최대 5.5배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단지별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세 부담이 더욱 확연하게 체감된다. 예컨대 실거래가 48억원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 1주택자의 보유세는 실거주시 올해 1810만원에서 내년 2764만원으로 954만원(52.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비거주자 경우 보유세가 3318만원으로 1508만원(83.3%) 급등하게 된다. 같은 집이라도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즉 비거주 1주택이 말 그대로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평형'인 34평 실거래가격이 20억원 이상인 곳을 추려보면 강남3구를 포함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영등포구 여의도동·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들이 모두 사정권이다. 

    세 부담을 떠안게 된 집주인들의 선택지는 해당 주택에 직접 들어가서 살거나 매도하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 어떤 선택지이든 현재 해당 주택에 거주 중인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가 세 낀 매물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는 퇴로를 열어주긴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욱이 서울 상급지에 위치한 비거주 1주택이라면 가격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이 실거주나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이나 집주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무력화된다.

    집주인과 임대인들이 늘어난 세 부담을 임대료 상승으로 보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팀 연구결과 종부세가 처음 도입된 노무현 정부 시기 월세는 약 20%, 종부세를 대폭 강화한 문재인 정부 시기엔 30% 올랐다. 2025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공시가격 현실화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도 공시가격이 10% 오르면 전세값은 1~1.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들 눈물의 지방行 … 매물은 또다른 고액자산가 손으로

    은퇴한 고령 소유주들도 직격타가 예상된다. 고정수입이 없는 고령자 입장에선 최대 두 배 가까이 뛴 보유세를 감당할 재간이 없다. 특히 현금 여력이 달리는 고령 소유주라면 매도 후 거주지 이전과 다운사이징이 강제될 수 있다.

    정부도 은퇴 고령자의 거주지 이전을 권장하는 눈치다. 이번 세제 개편안을 보면 65세 이상 1주택자가 양도일 기준 2년 이상 거주 중이면서 총 보유 기간 가운데 5년 이상 거주한 수도권 소재 주택을 특수관계인 외 제3자에게 매도할 경우 한시적으로 양도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단 여기엔 양도 후 6개월 내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고가주택 밀집도가 높은 강남권은 소유주 연령대도 높아 세금 인상에 따른 '고령자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강남3구 내 집합건물 소유자 80만6613명 중 38만6224명(47.9%)이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70대 이상만 따져봐도 20만1987명으로 전체의 4분의 1에 달했다. 특히 유동성이 부족한 고령 임대인이라면 전·월세값을 올려 세 부담을 줄이는 경향이 더욱 짙게 나타날 수 있다. 

    세 부담으로 인한 고령층 이탈이 실수요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맹점이다. 예컨대 세 부담이 가파르게 올라 고령층 매물이 풀릴 수 있는 50억원대 아파트는 일반 실수요자 입장에선 아예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과세 하한선인 20억원대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에 불과하다. 소위 '금수저'나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대출 가능분을 뺀 현금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바꿔 말하면 세제 개편안에 따라 고령층이 거주지를 옮기더라도 해당 매물은 실수요가 아닌 또다른 고액 자산가나 법인 소유가 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강조해 온 거래 정상화, 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먼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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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턱 효과 … 31억이하 아파트 쏠림·다운계약서 우려도

    기준선 인근에서 세 부담이 급격히 오르는 '문턱효과'와 그에 따른 '덜 똘똘한 한 채'로의 풍선효과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문턱 효과란 집값 등 특정 가격이 기준을 미세하게 넘어서는 순간 세 부담이 급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시장에선 기존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6억원 이하, 시가로 32억원 이하 아파트로 갈아타기 수요가 옮겨붙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대출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자산가들의 수요가 강남3구 외곽과 여의도, 한강벨트 일대 실거래가 30억원 초반대 아파트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세를 피하기 위한 다운계약서 등 편법 거래행위가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운계약이란 공인중개사와 매도인, 매수인이 합의해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허위가격으로 거래하는 행위다. 예컨대 실제로는 32억원짜리 아파트를 31억원에 거래한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세 부담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계약서상 거래가격을 실거래가보다 낮춰 신고하면 매도인은 양도차익을 줄여 양도세를 줄일 수 있고, 매수인은 취득가액을 줄여 취득세를 절감이 가능하다.

    다만 해당 거래가 적발될 경우 거래 당사자는 실거래가의 2~5%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여기에 신고불성실 가산세와 납부불성실 가산세까지 납부해야 한다.

    주택 공급 어디가고 규제, 또 규제 … 약발 길어야 넉달

    그간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과거 정부와는 다르다며 규제가 아닌 공급 위주 부동산 정책을 공언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된 '9·7 공급대책과' 올해 '1·29 주택 공급 신속화 방안'은 공공에 편중된 공급 방식 탓에 금세 밑천을 드러냈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등 핵심 사업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대에 발이 묶였다.

    지지부진한 공급 속에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월세가격이 '트리플 상승' 곡선을 그리자 정부의 선택은 해묵은 세금 규제 카드였다. 하지만 규제 약발은 길어도 반 년을 넘기지 않는다.

    문 정부가 2020년 발표한 '7·10대책'은 종부세·양도세·취득세 등 소위 '징벌적 세제 3종 폭탄'을 투하한 초강력 대책이었다. 종부세 최고세율을 최고 6.0%까지 올리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유를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은 30%p 인상하는 한편 1년 미만 단기 보유분 양도세율을 기존 40%에서 최고 70%로 상향했다.

    규제 직전 0.11%에 이른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대책 발표 후 0.01%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설상가상 아파트 매물은 규제 후 한 달 만에 40% 가까이 급감하며 매매가와 전·월세값을 밀어올렸다. 

    시장에선 벌써 문 정부 '시즌2'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액 자산계층은 지금 주택 보유 현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은 계층은 바뀐 세제에 맞춘 똘똘한 한 채의 구간에 몰릴 것"이라며 "특히 전세시장은 장기적으로 상당 부분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령층 지방 이주 지원을 위해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준다고 하지만 결국은 지연이자 등을 더해 향후 목돈으로 추징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껏 살던 지역에서 나가 새로운 지역으로 가라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세제 개편안 풍선 효과로 덜 똘똘한 한채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임대차 시장에선 기존에 세입자가 거주하던 매물이 실거주용으로 전환되면서 매물이 오히려 감소하고, 밀려난 임차 수요가 신규로 시장에 유입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