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 차익 본 것도 아닌데 … 실거주 원베일리 연 1814만원 더 부담압구정 재건축 기다리다 세금 날벼락 … 현대14차도 1043만원 급증실거주 아니면 세금 더 뛴다 … 비거주 원베일리 1998만→4658만원다주택자 이어 고가 1주택자도 정조준 … "강남 매물 늘고 매수심리 위축"
  • ▲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고가주택 보유세 인상이 비거주자뿐 아니라 한 집에 오래 살아온 실거주자까지 덮쳤다. 집주인들은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지 않았어도 공시가격이 오른 집에 계속 산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수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서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의 60세·10년 실거주 1주택자는 보유세로 지금보다 연간 1814만원, 월평균 151만원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정부가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가 50억원 안팎부터 세 부담이 가파르게 뛰면서 장기 거주자에게도 사실상 '세금 월세'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3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는 대신 시가 40억~50억원을 웃도는 고가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기로 했다. 주택 수에 따라 달랐던 종부세율을 주택가액 기준으로 일원화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70%로 높인다. 종부세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상향한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된다. 반면 세액공제 한도는 2027년 800만원, 2028년부터 600만원으로 제한된다. 개편안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돼 2028년 가액 기준 과세체계로 전환된다.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의 경우 시가 20억원 이하 주택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20억~30억원대는 세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30억~40억원대는 세액 변동을 최소화하되 40억~50억원을 넘어서는 주택부터 과세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시가 50억원부터는 증가폭이 가팔라진다. 60세·10년 실거주자가 보유한 시가 40억원·공시가격 28억원 주택의 보유세는 968만3000원에서 1030만8000원으로 62만5000원 늘어난다. 시가 50억원·공시가격 35억원에서는 1354만8000원에서 1879만4000원으로 증가액이 524만6000원으로 커진다. 시가 60억원·공시가격 40억원에 이르면 1655만6000원에서 2783만3000원으로 1127만7000원 뛴다.

    최근 전용 84㎡가 56억3000만원에 거래된 래미안 원베일리의 대표 공시가격은 45억6900만원이다. 이를 적용하면 60세·10년 실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는 1998만원에서 3812만원으로 90.8% 증가한다.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해 2023년 입주한 단지다. 재건축 전부터 이 지역에 거주해온 고령 1주택자라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살더라도 연간 1800만원이 넘는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50세·2년 실거주자의 부담도 커진다. 같은 공시가격을 적용했을 때 원베일리 보유세는 3196만원에서 4532만원으로 1336만원 증가한다. 

    원베일리 다음으로 증가액이 큰 단지는 압구정 현대14차다. 최근 전용 84㎡가 58억6000만원에 손바뀜했지만 보유세를 가르는 공시가격은 39억3000만원으로 원베일리보다 낮다. 60세·10년 실거주자의 보유세는 1613만원에서 2657만원으로 1043만원, 64.7% 증가한다.

    압구정 일대는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기존 소유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재건축 이후 주택가치와 공시가격이 오르면 추가 분담금과 이주비뿐 아니라 입주 이후 보유세 부담까지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오랫동안 한 주택을 보유해온 고령 소유자는 세액공제 한도 신설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최근 54억5000만원에 거래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도 대표 공시가격 34억8266만원을 적용하면 보유세가 1344만원에서 1848만원으로 504만원 늘어난다.

    한 강남권 아파트에 거주하는 1주택자인 A씨는 "집을 팔아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계속 살던 집에 그대로 살고 있을 뿐인데, 세금으로 매달 몇 백만원을 더 내야 한다면 사실상 나라에 월세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며 "집값이 올랐다고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매년 수천만원의 보유세를 감당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시가 40억원대에서도 보유세가 소폭 올랐다. 최근 전용 84㎡가 46억5000만원에 거래된 성수동 트리마제는 공시가격 32억1700만원을 적용할 경우 보유세가 1185만원에서 1368만원으로 183만원 늘어난다.

    44억원에 거래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공시가격 31억4494만원을 기준으로 1146만원에서 1264만원으로 118만원 증가한다. 최근 거래가격이 40억1000만원인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공시가격이 27억3600만원으로, 보유세 증가액은 54만원이다. 실거래가격이 40억원을 넘었더라도 공시가격에 따라 세 부담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비거주 1주택자는 부담이 더욱 가파르게 뛴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보유기간에 따른 세액공제를 거주기간 공제로 전환한다. 60세가 원베일리를 10년간 보유했지만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면 보유세는 현행 1998만원에서 4658만원으로 2660만원 증가한다. 실거주자보다 846만원을 더 내야 한다.

    세제개편안 자료에 따르면 시가 40억원·공시가격 28억원인 비거주 주택의 보유세는 968만3000원에서 1819만8000원으로 87.9% 증가한다. 시가 50억원·공시가격 35억원에서는 1354만8000원에서 2871만2000원으로 두 배 넘게 뛴다.

    정부는 과세 정상화 구간에 들어가는 공동주택을 약 4만6000호로 추산했다.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기준 31억원 초과 주택은 4만5686호, 35억원 초과 주택은 2만9956호다. 시가로 환산하면 각각 약 44억9000만원과 50억7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이 수치를 종부세 납세 인원으로 볼 수는 없다. 공동주택 호수에는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포함돼 있고 종부세는 주택별이 아닌 인별 합산 방식으로 과세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종부세 납세자는 48만577명으로, 이 가운데 과세표준 12억원 이하가 45만7121명(95.1%)을 차지했다. 정부는 "이는 2025년 고지 실적이며 개편 이후 납세자 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편 이후 정확한 과세 인원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시가 40억~50억원을 넘는 고가 1주택자의 세 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70%로 상향되고 종부세 세 부담 상한도 200%로 높아져 전반적인 보유세 금액의 상향 평준화가 예상된다"며 "특히 세액공제 금액에 한도를 두는 것은 고가 1주택자에게 강력한 보유세 인상 조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가 1주택자 가운데 특히 비거주자의 보유비용이 크게 늘면서 강남권 핵심지역의 매물 출회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과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세금을 높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고가 1주택자를 보유 단계부터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강남권 매수심리 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수요가 가격대가 한 단계 낮은 주택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남 연구원은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시가 40억~50억원대 주택에 심리적 저항선이 생길 수 있다"며 "기존 세율이 유지되는 시가 31억원 이하 주택이 '절세 가능한 똘똘한 한 채'로 새롭게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시장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그는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가 절세를 위해 실거주로 전환하면 기존 임차인이 거주하던 주택이 임대차시장에서 빠지게 된다"며 "보유세 부담을 월세로 분산하려는 집주인도 늘어 전월세 매물 감소와 월세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