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가이드라인, 8.85~8.95㎓ … FMCW 출력 77dBm 제한군·항행시설 혼·간섭 막으려 규제 … 업계 "송신전력 71% 감소"국토부 "13㎞ 탐지는 권장사항 … 출력값은 과기정통부가 판단"
  • ▲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2·29 제주항공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계기로 전국 공항에 도입될 조류탐지레이더의 주파수 기준을 놓고 부처 간 엇박자 논란이 불거졌다. 

    국토교통부는 조류탐지레이더를 통한 감시 영역을 13㎞로 권장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한 출력 상한을 적용하면 실제 탐지거리가 4~5㎞대에 그칠 수 있다는 업계 분석이 정부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관련 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월 23일부터 시행한 '조류탐지레이다 주파수 이용 가이드라인'은 조류탐지레이더가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과 등가등방복사전력(EIRP) 상한을 규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8.85~8.95㎓ 대역에서 주파수변조연속파(FMCW) 방식 레이더의 EIRP를 77dBm 이하로 제한했다. 같은 대역의 펄스 방식은 84dBm 이하, 15.7~17.2㎓ 대역의 FMCW 방식은 81dBm 이하로 정했다.

    EIRP는 레이더 송신 출력과 안테나 이득을 합한 값으로, 안테나가 실제 공간으로 방사하는 전파의 세기를 의미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멀리 있는 작은 표적에서 되돌아오는 미세한 반사신호를 수신하는 데 유리하다.

    문제는 국토부가 제시한 감시범위와 과기정통부가 허용한 출력 수준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조류탐지레이더 최소성능기준과 인천국제공항 조류탐지시설 구매설치규격은 공항 접근·출발 구간을 포함해 최대 13㎞ 거리까지 감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반면 본지가 입수한 네덜란드 로빈 측 제출자료에 따르면 로빈사의 'MAX' 레이더 EIRP를 표준 사양인 82.4dBm에서 국내 가이드라인 상한인 77dBm으로 낮추면 송신전력은 44W(46.4dBm)에서 12.7W(41dBm)로 약 71% 감소하게 된다.

    레이더 관측거리가 송신전력의 4제곱근에 비례한다는 관계식을 적용하면 최적 환경에서 대형 조류(2KSAT) 탐지거리는 약 10㎞에서 7㎞로, 소형 조류(1KSAT)는 약 8㎞에서 6㎞로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제조사별 안테나와 신호처리 기술 등을 감안하더라도 탐지거리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안개와 미세먼지, 아지랑이 등 실제 기상 여건까지 고려하면 탐지거리는 대형 조류 약 5.3㎞, 소형 조류 약 4.2㎞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정부가 최대 13㎞ 감시를 권장하면서도 국내 출력기준을 적용하면 실제로는 4~5㎞대 탐지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부 "13㎞ 의무 아냐 … 과기정통부가 구현 가능 판단"

    국토부는 13㎞ 감시 요구는 의무 기준이 아니라 권장사항이며, 출력값(EIRP) 자체는 과기정통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출력값과 실제 탐지거리의 상관관계까지 국토부가 전문적으로 검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과기정통부가 국토부에서 제시한 필수 탐지거리는 해당 출력값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가이드라인은 군사기지와 군사시설 인근 5㎞ 이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조류레이더 운용을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설치해야 할 경우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출력이 높아질수록 원거리 탐지에는 유리하지만 인접 주파수를 사용하는 다른 무선설비와 충돌할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파수 보호에 초점을 맞춘 출력 제한이 조류충돌 예방에 필요한 탐지성능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혼·간섭 우려가 있다면 전국에 동일한 출력 상한을 적용하기보다 공항별 전파환경을 조사한 뒤 적정 출력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공항용 조류레이더 시스템 지침(AC 150/5220-25)'에서 "공항과 서식지 사이를 일상적으로 오가는 조류를 탐지하려면 지역 레이더가 10~20마일(약 16~32㎞) 거리까지 효과적으로 스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하는 만큼 원거리 탐지를 위한 적정한 출력값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이 제조사별로 상반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액시피터 장비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은 국내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사양 그대로는 국내 공항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 반면 국토부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서대와 MOU를 맺은 미국 디텍트 장비의 사용 대역은 허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빈 역시 업체가 요청한 150㎒보다 좁은 100㎒의 대역폭만 허용됐고, EIRP 역시 요구한 83dBm보다 낮은 77dBm으로 제한됐다. 업계 관계자는 "로빈이 사용하는 8.85~8.95㎓ 대역도 두 차례 논의에서 제외됐다가 최종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며 "결과적으로 특정 업체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