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뉴데일리
서울 고가 아파트 시장의 허리는 얇아지고 꼭대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5억~50억원대 거래 비중은 떨어진 반면 압구정과 반포에서는 100억원을 웃도는 거래가 이어졌다. 25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2억원으로 줄어 40억~50억원대도 매매가 대부분을 현금으로 채워야 하지만, 100억원대는 애초 대출보다 보유 자산이 거래를 좌우하는 시장이다.
여기에 정부가 전날 세제개편안으로 또 하나의 문턱을 세웠다. 시가 30억원 안팎까지 종합부동산세를 낮추는 대신 40억~50억원대부터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 가격대 주택은 매수 단계에서 수십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데다 보유 이후 늘어난 세금까지 감당해야 한다. 고가주택 안에서도 규제의 영향을 받는 중간 가격대와 현금 자산가가 움직이는 초고가 시장의 간극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신고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349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5억원 이하 거래는 2904건으로 전체의 83.1%를 차지했다. 6월 76.4%보다 6.7%p 높아졌다.
반면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거래 비중은 일제히 줄었다.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12.4%로 한 달 새 4.2%p 하락했다. 25억원 초과~50억원 이하도 6.4%에서 3.9%로 2.5%p 떨어졌다. 50억원 초과 거래 비중은 0.5%로 6월 1.0%의 절반에 그쳤다. 해당 수치는 지난 1일 신고분 기준으로 7월 계약은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최종 거래 건수와 가격대별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
중·고가 아파트 거래 감소에는 주택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대출 한도가 영향을 미쳤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이다.
25억원을 넘는 순간 매매가격과 관계없이 주담대는 최대 2억원으로 묶인다. 50억원짜리 주택을 사려면 취득세 등 부대비용을 제외하고도 매매가격의 96%에 해당하는 48억원을 자기자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40억~50억원대 주택은 매수할 때 수십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데다 보유세 부담까지 커질 예정이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40억~50억원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리는 대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70%로 높인다.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의 종부세율은 현행 1.0%에서 1.3%로 오른다. 12억~25억원 구간은 현행 1.3%에서 내년 1.5%, 2028년 2.0%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시가로 환산하면 약 32억원대부터 세율이 오르고 45억원 안팎부터 세 부담 증가폭이 커지는 구조다.
시가 30억원 안팎까지는 종부세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60세·10년 실거주 1주택자의 시가 20억원 주택 종부세는 현행 27만6000원에서 2028년 10만8000원으로 감소한다. 시가 30억원 주택도 91만원에서 76만원으로 15만원 줄어든다.
시가 50억원부터는 결과가 달라진다. 같은 조건에서 공시가격 35억원인 시가 50억원 주택의 종부세는 현행 453만9000원에서 2028년 978만5000원으로 늘어난다. 증가액은 524만6000원으로, 최종 세액은 현행의 두 배를 웃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거주용 1주택은 시가 20억~30억원 수준까지 세액이 줄어들고 30억~40억원까지는 세액 변동이 크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했다"며 "40억~50억원 수준을 초과하는 주택은 과세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고가 거래 비중이 줄어드는 사이 100억원대에서는 신고가가 잇따르며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 문턱을 한층 높였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지난달 13일 105억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6월 16일 거래된 94억원보다 한 달 만에 11억원 올랐다.
같은 동 신현대12차 전용 182.95㎡는 지난달 1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4월 거래가 110억원보다 2억5000만원 오른 신고가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168㎡는 지난 6월, 130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새로 썼다. 올해 신고된 100억원 이상 서울 아파트 거래는 압구정·반포와 용산구 한남동 등 일부 핵심 지역의 대형 면적에 집중됐다.
100억원 주택도 주담대 한도는 2억원이다. 매매가격의 2%에 불과해 취득세 등 부대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98억원을 자기자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출 한도 변화의 영향은 제한적이고, 실제 거래는 매수자의 현금 동원력에 따라 이뤄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고자산층은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수요는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가격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결국 매년 내야 할 세금을 감당할 여력이 보유와 매도를 가르고, 고소득·자산가 중심의 시장을 더욱 굳힐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