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 연구팀, 흉통 환자 2517명 분석 결과 관상동맥조영술 전 '운동부하검사' 시행률, 남성 69.5% vs 여성 51.7%위험인자 보정해도 여성 검사율 40% 낮아 … "남성 중심 진단 프레임 한계"여성에 흔한 '미세혈관 허혈(INOCA)' 놓칠 우려 … "진료 가이드라인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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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생성이미지
    가슴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가 심장 상태를 확인하는 필수 사전 검사를 남성보다 훨씬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같은 수준의 위험도를 가졌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단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뜻이다.

    4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성미·유하영 교수 연구팀은 국내 18개 심혈관센터가 참여한 '한국 여성 흉통 레지스트리(KoROSE)'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흉통으로 선택적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은 환자 2,517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진료 가이드라인은 흉통 환자에게 관상동맥에 직접 관을 넣는 침습적인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하기 전 반드시 '운동부하심전도검사'와 같은 비침습적 기능검사를 먼저 거치도록 권고한다. 환자가 러닝머신 등을 뛰며 심장에 부하를 줄 때 실제로 혈류 장애(허혈)가 일어나는지 안전하고 저렴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 기본적인 권고사항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은 환자 중 사전에 운동부하검사를 받은 비율은 전체의 58.4%에 불과했다.

    특히 성별에 따른 불균형이 심각했다. 남성은 10명 중 7명꼴(69.5%)로 사전 검사를 받은 반면, 여성은 절반 수준인 51.7%에 그쳤다. 정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중간 위험군'만 놓고 봐도 남성의 검사율은 71.2%에 달했으나 여성은 54.1%에 머물렀다.

    나이나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 생활습관 등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일하게 보정한 후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여성 환자가 운동부하검사를 받을 확률은 남성보다 약 40%나 낮았다. 환자의 위험도나 나이 차이로는 설명되지 않는 '성별 편향'이 실제 진료실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혈관은 깨끗하다는데 왜 아프죠?"… 미세혈관 질환 놓치는 치명적 구멍

    이처럼 사전 기능검사를 건너뛰고 바로 관상동맥조영술만 시행할 경우 여성 환자는 심각한 진단 누락의 위험에 노출된다.

    관상동맥조영술은 큰 심장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가느다란 혈관의 이상까지는 찾아내지 못한다. 큰 혈관은 뚫려 있지만 미세혈관 기능 이상으로 심장에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비폐쇄성 관상동맥 허혈(INOCA)'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INOCA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흔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운동부하검사를 통해 심장 근육의 허혈 반응을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조영술 결과만 보고 "혈관이 깨끗하니 심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잘못된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원인을 찾지 못한 여성 환자들은 적절한 약물 치료 시기를 놓친 채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혈관이 50% 이상 좁아진 폐쇄성 환자의 운동부하검사 비율(48.4%)보다, 오히려 유의한 협착이 없었던 환자의 검사 비율(65.3%)이 더 높게 나타났다. 눈에 보이는 협착이 없더라도 기능검사를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 "남성 기준 진단 프레임 벗어나 여성 맞춤형 진료 체계 구축해야"

    이번 연구는 그동안 임상 현장에 관습적으로 남아있던 남성 중심의 흉통 진단 체계를 지적하는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남성은 주로 큰 혈관이 막히는 전형적인 흉통을 호소하는 반면 여성은 비전형적인 통증이나 미세혈관 이상이 많음에도 동일한 진단 잣대를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박성미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성은 남성과 위험 정도가 비슷한데도 비침습적 기능검사를 건너뛰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이러한 검사 생략은 여성에게 흔한 미세혈관 허혈(INOCA) 진단을 놓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대규모 국내 데이터를 통해 흉통 진단 과정의 성별 격차를 확실히 규명했다"며 "향후 여성 환자와 중간 위험군 환자에서 비침습적 기능검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위험 평가 방식과 진료 흐름을 개편하는 정책적·임상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보건연구원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ACC)의 공식 국제학술지 'JACC: Asia' 2026년 7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