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코스피, 변동성 세계 최고 수준"순매수 1위는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SK하이닉스 ADR도 9억달러 육박 순매수'한국판 레버리지 ETF'도 두 달째 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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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투자자들의 '탈(脫) 코스피' 조짐이 결제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증시로 꼽히는 가운데 정부의 미숙한 증시 부양책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기면서다. 이에 서학개미들은 지난달에도 미국 주식을 46억달러 넘게 순매수하며 해외 투자 비중을 늘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결제 규모는 코스피가 폭락한 7월에도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서학개미 순매수 46억달러…반도체 레버리지 ETF에 몰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예탁결제 현황을 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결제 규모는 코스피가 폭락한 7월에도 줄지 않았다. 올해 1월 매수 결제액은 276억 5243만달러, 매도 결제액은 226억 4945만달러로 순매수 50억 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2월 순매수 39억 4900만달러, 3월 16억 9200만달러로 이어지다 4월과 5월에는 각각 4억 6900만달러, 9억 4000만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그러나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급락하기 시작한 6월에는 매수 결제액이 331억 3326만달러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고 매도 결제액도 325억 30만달러에 달해 순매수는 6억 3300만달러에 그쳤다. 

    코스피 급락이 본격화한 7월에는 매수 결제 263억 1071만달러, 매도 결제 216억 6830만달러로 순매수 규모가 46억 4200만달러까지 확대됐다. 

    종목별로 보면 지난 한 달(7월 3일~8월 3일) 순매수 1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배 레버리지 ETF로, 순매수액이 36억 9498만달러에 달했다. 2위는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권(ADR)으로 순매수 8억 687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3억 9987만달러), 알파벳 A주(3억 6672만달러), 스페이스X(2억 1269만달러) 등이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South Korea Bull) ETF다. 이 상품은 직전 한 달(6월 2일~7월 2일) 순매수 6위(1억 6719만달러)에 이어 최근 한 달에도 순매수 6위(2억 9259만달러)에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위권을 유지했다. 

    코스피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코스피 반등에 베팅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직전 한 달에는 스페이스X(18억 9333만달러)와 마이크론(6억 4562만달러), 마벨테크놀로지(4억 694만달러) 등이 순매수 상위를 차지했다.

    ◆ 블룸버그 "코스피, 변동성으로 해외 자금 이탈 가속화할 것"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코스피 변동성에 대한 해외 시각도 자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인 슐리 렌은 최근 칼럼에서 코스피가 단 27거래일 만에 약 40% 폭락하며 2015년 중국 증시 폭락에 맞먹는 급락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AI 인프라 수혜주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5배로 10년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진 만큼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그는 이런 단순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가 꼽은 첫 번째 근거는 변동성이다. 올해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움직인 날은 33거래일에 달했는데 같은 기간 니케이225는 4일, 항셍지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위험조정수익률과 포트폴리오 분산을 중시하는 만큼 이런 변동성 아래에서는 한국 비중을 늘리기 어렵다고 봤다.

    이 같은 변동성의 핵심 원인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목됐다. 정부가 5월 말 이를 허용한 이후 ETF 운용사들의 일일 기계적 리밸런싱이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6월 고점 당시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5% 움직이면 ETF 리밸런싱 물량이 평균 거래량의 40%에 달할 수 있고, 극단적 변동성 국면에서도 여전히 거래량의 17%를 차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입은 상처라고 그는 짚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냉소적이던 개인들이 정부의 증시 개혁 정책을 믿고 외국인이 빠진 자리를 메웠지만 가장 인기 있었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6월 고점 대비 최대 84% 폭락했고 약 36만 개 계좌가 강제 반대매매를 당했다는 점이다. 이 중 62%가 35세 이하 계좌였다. 그는 국민연금이 연초 국내 주식 비중 유지를 위해 운용 원칙까지 바꾼 점도 시장 과열을 부추긴 요인으로 언급했다.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정부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처음 투자에 뛰어든 젊은 개인투자자들이 충분히 보호받고 있는지 이제는 정부 스스로 깊이 성찰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